[관망경]사라지는 `녹색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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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녹색기술’이었다. 각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보도자료는 물론이고 기업 보도자료에도 녹색기술이라는 말이 빠짐없이 들어갔다. 녹색기술 ‘홍수’였다.

당시 많은 사람은 녹색기술이라는 새로운 말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기존에 있던 에너지 기술, 좀 더 좁히면 친환경 에너지 기술 또는 친환경 기술이라는 용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에도 왜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녹색기술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통해 정권의 성과가 도드라지도록 하기 위한 일일 뿐이었다. 당연히 정권이 바뀌자 녹색기술이라는 말은 점점 사용되는 빈도가 줄었다.

이런 가운데 조직개편을 앞둔 미래창조과학부가 새 조직 임무에서 ‘녹색기술’이라는 단어를 ‘에너지 환경’으로 변경키로 했다. 녹색기술이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아온 셈이다. 이 변화는 용어를 만들어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성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녹색기술에서 기존에 없던 성과가 나왔었다면 이 말은 신조어가 아니라 우리 사회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 했을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전 정부의 녹색기술 만큼 많이 사용되는 말이 ‘창조경제’다. 정부와 기관, 기업까지 창조경제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녹색기술과 마찬가지로 창조경제 역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용어다. 5년의 시간차를 두고 반복되는 느낌이다.

창조경제의 정의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정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창조경제를 정의했다.

녹색기술이라는 용어의 변화된 위상은 창조경제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용어를 만들고, 뜻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설명대로 창조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는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지 않으면 창조경제라는 말도 몇 년 후 사라질 수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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