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개선됐고 글로벌 수요도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올해 1분기 정유사업 부문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2년 가까이 지속된 불황터널을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호실적 전망에는 국제유가 제품가격, 정제마진 동반 상승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두바이유만 해도 연초 최저치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 기준 휘발유, 경유가격도 1월 최저치 대비 최근 각각 46%, 27% 상승했다. 정유사 재고평가손실 축소는 물론이고 평가차액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정제마진은 지난 2013년 이후 최초로 배럴당 10달러를 넘어섰다. 20여개월 만에 배럴당 2~8달러 구간을 벗어났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해 제품으로 가공 판매할 때 마진이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기준으로 배럴당 7~8달러를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2013년 7월부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달러에서 8달러선을 오가며 추가 상승하지 못했다. 정유업계가 정유사업에서 손실을 기록한 것도 이때부터다.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 지표가 개선되자 정유사 실적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은 최근 에쓰오일이 1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고 올해 영업이익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제마진 상승과 사우디 아람코의 원유 판매단가(OSP)가 낮게 유지되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사업구조가 유사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정유사업에서 지난해 대비 나아진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국내 정유사는 지난 2013년부터 정유사업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맏형 격인 SK이노베이션은 그해 3분기부터 지난해까지 연속 6분기 정유사업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GS칼텍스도 정유사업에서 5분기 연속 쓴맛을 봤고 에쓰오일도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유업계가 본업인 정유사업에서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제마진, 국제유가 동반 하락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연초 올해 실적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최근 지표를 보면 상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올해로 이월되는 지난해 12월 재고평가손실액 규모에 따라 1분기 실적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