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토리텔링의 시대다. 스토리텔링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로 급부상하며 시대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스토리텔링’만 쳐도 이와 관련한 연설이나 토론 기법을 알려주겠다는 학원이 가득하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게 직업인 광고나 영업 업계에서도 스토리텔링은 사업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1980년대 초 미국을 뒤흔들었던 양배추 인형 ‘캐비지 패치 키즈(Cabbage Patch Kids)’가 대표적이다. 양배추 인형은 당시 구매자가 인형을 ‘입양’한다는 이야기를 입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983년 크리스마스 이전 미국 곳곳에서 인형을 사려는 부모들이 서로 폭력사태를 벌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스토리텔링이 고객과의 단순 접점을 찾아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장기 불황이나 저성장 등 업계의 부진을 극복하려하기 때문에 이보다 한층 고도화한 브랜드 전략을 펼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정보통신 환경이 널리 보급되면서 매체 광고 등 기존의 일방적 메시지 전달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쳐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스토리스케이핑(Story Scaping)’을 도입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짜야한다고 주장한다. 스토리스케이핑은 스토리와 경험, 가치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소비자를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스토리스케이핑은 소비자를 브랜드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등 브랜드와 소비자가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소비자는 ‘소비’라는 경험으로 다른 사람보다 더 돋보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빌드어베어(Build-a-Bear)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포화 상태에 달한 인형 시장을 뚫기 위해 체험형 상품을 만들었다. 완제품 인형을 파는 게 아니라 반제품 인형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직접 안에 솜을 집어넣고 원하는 옷을 골라 입혀 만든다. 제품에 대한 애착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거리까지 만들어주는 셈이다.
고급 스키장 베일리조트(Vail Ski Resort)도 좋은 예다. 베일리조트는 2010년 ‘에픽믹스 시스템’을 선보여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에픽믹스를 통해 올라온 SNS 게시글은 1억8000만여건에 달한다.
에픽 시스템은 탑승권에 칩을 내장해 고객들이 스키장 코스와 날씨 등을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키를 타는 모습을 자동으로 찍어 내장된 칩을 통해서 고객이 SNS계정에 올릴 수 있게 했다. 자신의 경주 기록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있는 ‘에픽믹스 레이싱 시스템’도 만들어 경쟁심을 북돋웠다.
저자는 책의 부제로 ‘단순한 스토리텔링의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한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스케이핑의 기반인 ‘몰입 경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결국 스토리스케이핑을 통해 최고의 경험과 스토리로 고객을 끌어 모으지 못한다면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스턴 레고부루·대런 매콜 지음. 박재현 옮김. 이상 펴냄. 1만6000원.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