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는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ASP-DAC(Asia & South Pacific-Design Automation Conference)’ 기조연설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전자기술·반도체 집적회로(IC)와 관련된 의미 있는 내용을 공개했다. 보쉬는 ‘2020년을 향한 자동차의 방향성과 필요 기술’을 주제로 자동차 업계의 미래 기술 트렌드를 제시했다. 놀라운 사실은 자동차업계가 티어2인 반도체업계에 시스템 관점에서 미래 기술 방향을 선보인 것이다. 가장 큰 화두는 ‘망으로 연결된 커넥티드 자동차(Connected Vehicle)’와 ‘교통·산업·에너지·도시 및 가정과 연결돼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개념과 필요 기술’에 관한 비전들이다.
우선 인프라와 통신하는 망 연결 자동차 실현을 위한 요구 조건으로 하드웨어(HW) 측면에서는 △고성능 연산 능력 부품 △주변 환경을 인지할 수 있는 똑똑한 MEMS 센서 △보다 작은 에너지 소비를 지원하는 전자·전기 구조 설계가 제시됐다. 또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는 모든 HW를 통합 지원하는 더 높은 수준의 보안 및 안전 표준 아키텍처 개발이 언급됐다.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에 필요한 4가지 기술로 눈 기능, 뇌 기능, 힘 기능, 자동차 기능을 설명했다. 눈 기능은 주변 인식이나 드라이버 감시 및 통신에 의한 정보 획득을 의미한다. 뇌 기능은 정보의 매핑 해석 및 운전 전 준비, 힘 기능은 브레이크나 핸들, 변속기 및 파워트레인 등 각종 동작과 제어를 의미한다. 마지막 자동차 기능은 자동차 시스템 공학, 전자적 아키텍처 및 검증이다.
보쉬는 자동차 자체의 전자화뿐 아니라, 자동차를 비롯한 사회 인프라의 전자 기술과 운전 도우미로서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외부와 직접 통신하는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급물살을 탄 자동차 전장화는 이미 스마트폰에서 벌어진 통신·부품 및 SW 회사 간의 경쟁을 능가하는 새로운 경쟁을 예고한다. 미래 자동차 시장은 단순 이동 수단이라는 자동차 본질을 넘어 자동차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경계를 뛰어넘는 수많은 회사들이 참여하는 슈퍼 메가 경쟁이 될 것이다. 즉, 모든 이종 산업 간 표준을 바탕으로 부품, SW, 제품, 서비스 간 통합 표준화가 이뤄질 것이다. 또 자동차가 제2의 스마트폰 격인 스마트카로 진화하면서 관련 서비스 전쟁도 격화될 것이다.
자동차가 스마트 망 연결 자동차로 진화하면 자동차 업계의 진짜 적은 기존 자동차 업계가 아닌 새로운 산업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미 선진 자동차 회사는 새로운 산업에서 특허 및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표준화 전쟁의 우위를 점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또 자동차의 미래는 기존 완성차업체(BMW,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와 IT 중심의 새로운 완성차(구글, 테슬라, 애플 등)로 구분될 것이다. 시장의 중심도 제품과 부품 판매 외에 인터넷 망과 연결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로 이동할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체 HW 구조를 기반으로 한 자체 운용체계(OS), 개발 플랫폼 및 개발 툴을 제공하며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 활성화를 지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서버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자동차 및 서비스 로봇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또 서비스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해 제품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판단된다.
휴대폰의 예를 들면, 전화기가 망으로 연결되고 피처폰이 나오자 가정용 전화기가 사라졌다. 이후 네트워크에서 앱 서비스가 되는 스마트폰이 나오자 기존 MP3, 비디오, 게임 등의 관련 기기 산업이 위협받았고 애플과 같은 회사의 충성 고객이 생겼다.
자동차가 망에 연결되어 SW 서비스가 이뤄지면 다른 산업이 위협받고 구매 형태도 바뀔 것이다. 특히 특정 완성차 브랜드에 충성 고객이 생길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도 10년 이내에 이뤄질 자동차 업계의 변화에 적응하고 이어 탄생할 새로운 생태계에서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채승엽 팝콘사 대표(숭실대 스마트이동체 융합인력양성사업단) sychae@popcorns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