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왜 ‘현대판 만리장성’ 쌓을까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방어하기 위해 사막 한 가운데에 600마일, 약 1,000km에 달하는 현대판 만리장성을 건축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구축 중인 이 장벽은 이슬람국가가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이라크와의 국경 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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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장벽은 철조망 울타리를 100m 간격으로 두고 뭔가가 감지되면 지하에서 센서가 경보를 울리는 하이테크 벽이다. 가드 타워 40개와 지휘실 7개가 위치하고 있으며 1,450km에 달하는 광섬유를 통해 내무부와 연결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현대판 만리장성 계획은 이미 지난 2006년부터 있었지만 국경 북쪽이 거의 이슬람국가에 장악된 지난해 9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경에 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설치하는 한편 국경 수비대 3만 명을 배치했지만 올해 1월 이슬람국가 공격으로 국경 수비대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현대판 만리장성을 건설 중인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외에도 많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국제이주기구(IOM) 조사에 따르면 국경을 넘다가 사망한 인구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4만 명에 달한다.

인류가 벽을 쌓아올린 가장 큰 목적은 방어보다는 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인류는 농경 사회가 정착하면서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벽을 두르기 시작했다. 아랍처럼 뜨겁고 건조한 지역에선 벽은 내부를 서늘하게 유지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외부 공격에 계속 노출되어 왔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는 계속 벽을 만들고 파괴되고 다시 재건하는 역사를 반복해왔다. 16세기 포르투갈 공격에서 제다를 지켜준 것도 견고한 벽이었다. 1800년대 초반 오스만제국에 포위된 고도인 디리야(Diriyah)를 반 년 동안 지켜준 것도 역시 두텁게 쌓은 요새였다. 벽은 사우디아라비아 역사에 계속 등장해왔다.

하지만 벽이 전략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던 건 1818년 오스만제국 공격이 마지막이었다. 이젠 박격포나 열추적 미사일, 사이버 전쟁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20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기세로 다시 벽을 쌓는 이유는 뭘까.

이런 식의 벽이 존재하는 곳은 이스라엘이나 미국과 멕시코 국경 외에도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국경 사이엔 1,690km에 달하는 울타리가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에도 1,300km에 걸쳐 있고 그리스와 터키 국경, 우리나라와 북한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역사가는 이런 현상을 세계의 새로운 봉건화라고 말한다. 이런 벽을 쌓는 목적은 하나다. 전쟁으로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혼돈과의 선 긋기를 하면서 내부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려는 것. 이런 벽을 구축하는 곳 대부분은 빈부 차이가 심한 부자 국가와 가난한 국가 국경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의 빈부 격차는 상당하다. 1인당 국민 총소득을 보면 사우디가 5만 3,640달러에 달하는 반면 이라크는 1만 4,930달러다.

또 이슬람국가는 이슬람의 최대 성지인 메디나와 메카 같은 곳의 장악을 최종 목표로 내걸고 있기도 하다. 이번 현대판 만리장성은 마치 공항 수하물 검사 자체가 보안 자체를 대단히 높인다기보다는 보안 의식은 높이는 효과를 준다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기자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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