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국내 방송 업계 최초로 오픈스택 기반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오픈스택은 데이터센터 내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크 자원들을 제어하는 클라우드 운영시스템이다. 미디어 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오픈스택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복잡한 방송과정 효율화 필요
KBS가 오픈스택 시스템을 접목한 건 ‘KBS월드’ 채널이다. 이 채널은 KBS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을 해외 송출하는 곳이다.
한 프로그램이 해외 전파를 타기까지 과정은 간단치 않다. 먼저 KBS에서 나온 방송신호를 자회사인 KBS N이 수신해 테이프로 제작한다. KBS N은 이를 외주 자막제작사에 전달하고 자막제작사는 또 파일로 변환해야 했다. 한글 대사 스크립트와 다국어 자막 등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작업이 완성되면 다시 테이프에 담아 KBS월드에 전달해 검수를 받고 최종 KBS N으로 보내 송출이 이뤄졌다.
이 과정이 무려 2주 가까이 걸렸다. 시간도 문제지만 불편이 가중됐다. 여기에 외부 현장에 취재 또는 촬영갔을 때는 제작·편집 과정을 현지에서 처리할 수 없는 등 데이터 접근성과 업무 효율성도 고려해야 했다.
회사는 클라우드에 주목했다.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외주 업무도, 또 자체 제작·편집도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특히 정보기술(IT) 자원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고 배분도 가능한 오픈스택에 주목했다.
홍석명 KBS 제작시설부 팀장은 “드라마, 예능 등 부서마다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하고 있어 IT자원을 공유하는 데 제한이 있었는데, 오픈스택은 유휴자원 발생 시 자유롭게 재배치가 가능해 도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편집도 원격에서
KBS는 시스템 구축 중 스토리지 도입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개방형 환경인 오픈스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스토리지가 호환성과 안정성을 갖춰야 했고, 또 방송사의 핵심인 방송 데이터에 문제가 생기거나 유출된다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S는 이 같은 기준에서 히타치 스토리지(HUS 150)를 택했다. 오픈스택 환경에 맞는 스토리지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앞서 개발해왔고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오픈스택 환경과 스토리지를 연동하는 기능(신더드라이버)을 지원하고 데이터를 분산 처리해 서비스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스토리지 구축은 효성인포메이션이 맡았다.
KBS는 스토리지에 네트워크, 서버 등을 연결해 오픈스택 클라우드 시스템을 완성했다. 당초 목표대로 KBS월드의 방송 제작 및 송출 과정이 대폭 간소화되는 성과가 나타났다. 방송 프로그램을 외부로 전달할 일이 없어지면서 꼬박 2주가 걸리던 제작기간이 50% 감축됐다. 무엇보다 지정된 편집실이 아닌 취재 또는 촬영 현장에서도 원격으로 방송 편집 작업이 가능해져 업무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 컸다.
KBS는 사용자 교육 후 오는 3월부터 시스템을 본격 활용할 계획이다. 또 다른 업무 분야에도 오픈스택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홍석명 KBS 방송시설국 제작시설부 팀장
-클라우드 솔루션 중 오픈스택 기술에 주목한 이유는.
▲3~4년 전 클라우드컴퓨팅 시스템을 도입할 때와 달리 오픈스택은 IT 생태계의 일부가 돼 있다. 히타치, 레드햇 등 글로벌기업이 오픈스택 진영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클라우드컴퓨팅 플랫폼으로 정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퍼블릭 클라우드가 아닌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한 배경은.
▲방송국의 주요 자산인 콘텐츠를 외부에 보관해 편집을 한다는 점에 거부반응이 많았다. 또 퍼블릭 클라우드는 사용량을 기준으로 이용료를 지불해야 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비용이 더 저렴하다. 어떤 경우에도 서비스가 중단되선 안 되는 방송국의 특성도 고려됐다.
-앞으로 계획은.
▲촬영 현장에서도 원격으로 방송 편집 작업이 가능해졌다. 스토리지 자원도 자유롭게 재배치할 수 있다. 다른 방송 시스템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