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혁명이 시작됐다.
사물과 인간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소통하는 IoT는 거대한 신조류(新潮流)다. 인터넷이 1차 디지털혁명이라면 사물인터넷은 2차 디지털혁명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12월 8일 사물인터넷 실증사업 추진단을 발족했다. IoT가 미래 성장 동력인 까닭이다. 추진단은 3개 자문위원회와 5개 연구분과로 구성했다. 추진단에는 미래부 산하 9개 ICT 관련 기관이 모두 참여했고 사무국 역할을 하는 IoT실증센터는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설치했다.
추진단장은 이윤덕 성균관대 교수가 선임됐다. 그는 지난 2009년부터 IoT를 연구해 온 1세대 학자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신산업창조프로젝트 기술사업화전문가 단장과 IoT포럼 운영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윤덕 단장을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3가에 있는 그의 고교후배 사무실에서 만났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건물 유리창을 치고 지나갔다. 그는 1월 28·29일 이틀간 제주도에서 열린 ‘2015 초고속네트워크 워크숍(HSN 2015)’에 참석하고 이날 오전 비행기편으로 서울로 왔다고 했다.
-IoT실증사업추진단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IoT사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업무다. IoT는 창조경제의 주역이다. 자칫하면 기관별로 IoT사업이 중복될 수 있다. 9개 ICT 관련 정부기관과는 IoT실증사업에 상호협력한다는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정기회의는 두 달에 한 번씩 이지만 수시로 회의를 열어 현안을 논의한다.”
ICT 9개 기관은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전자부품연구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다.
-IoT 기술 1위는 어느 나라인가.
“단연 미국이다. 지금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가는 기업들이 모두 미국에 있다. 구글과 애플, 시스코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약한 게 현실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2일 컨설팅 전문기업 액센츄어 분석 자료를 통해 한국의 IoT 구현 순위가 주요 20개국 중 12위라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55가지 지표를 통해 측정한 결과, 미국이 1위였고 스위스, 필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IoT 시장 규모를 얼마로 예상하나.
“올해는 4조원대로 예상한다. 지난해 3조원대였다. 이건 IoT 사업을 하는 우리 기업들이 집계한 예상규모다. 우리나라 IoT 관련 기업 수가 650개 정도인데 이 중 90%가 중소기업이다. 크게 디바이스와 서비스, 네트워크, 유지보수 네 영역이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loT 전략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IoT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IoT 단지를 경기도 평택에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는 서울 마곡지구에 신성장동력 기지를 조성 중이다. 앞으로 스마트홈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IoT 표준이 중요하지 않나.
“현재 세계 기업들의 IoT 표준경쟁은 치열하다. 지금 IoT 관련 국제표준협의체는 원엠투엠(원M2M)이다. 이 표준기구는 유럽이 주도했다. 이동전화부문에서 유럽이 최강자였던 까닭이다. IoT 표준과 관련해 두 개 진영이 있다. 하나는 퀄컴이 주도하는 ‘올신 얼라이언스(AllSeen Alliance)’ 진영이다. LG는 이 진영에 가세했다. 다른 하나는 인텔이 주도하는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 진영이다. 삼성은 OIC에 참여했다. 우리도 IoT 표준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학자들도 원M2M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IoT의 핵심은 센서인데 우리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안타깝지만 우리 센서 기술수준은 낮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멤스(MEMS)가 핵심센서인데 현실적으로 국내 생산에 어려움이 많다. 정부가 부품산업 차원에서 육성책을 고민해야 할 일이다.
이 단장은 IoT 기반의 새 비즈니스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IT 10년 주기설을 꺼냈다. 10년 주기로 IT가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해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TDX 개발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발전시켰고, 1980년대는 반도체가, 1990년대는 CDMA 개발로 이동통신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는 디지털TV, 2010년대는 스마트 기반의 시장이, 그리고 2020년대는 IoT가 새로운 산업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IoT가 창조경제의 성장모델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IoT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있는가.
“현재 정부가 IoT와 연계해서 추진하는 사업이 신산업창조프로젝트다. 전기버스와 스마트 팜(Farm), u헬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그가 단장인 신산업창조프로젝트 기술사업화전문가단에서 담당하고 있다. 교수가 강의는 하지 않고 학교에 휴직계를 내고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일에 매달린다는 건 퍽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 단장의 다양한 경력을 알고 수긍이 갔다.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차세대연구단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분산처리시스템, 주전산기, WCDMA 시스템을 개발했고 그런 공로로 산업기술대상을 수상했다. 이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IT839전략 추진을 위한 정통부 PM으로 발탁돼 RFID 분야 정부 R&D과제를 기획, 관리했다. 정통부 PM 시절인 2004년 6월에는 정통부와 제주도가 제주텔레매틱스 시범도시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숱한 고비 끝에 당시 진 장관에게 “현장 경영을 합시다”라고 건의해 이 사업을 성사시켰다. 이 일로 그는 제주도로부터 명예도민증을 받았다. 5년간 최장수 PM으로 일한 뒤 2008년 5월 1기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3년간 일했다. 2012년 성균관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지만 지난해 7월 학교에 휴직계를 내고 이 일을 시작했다. 정부는 그가 대기업과 정부·학계를 고루 경험해 이 사업 총괄로는 최적임자인 것으로 판단했다.
“학교에서 겸직하라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 2년간 휴직계를 냈다. 학생들이나 학교에 부담을 주기 싫었다.”
-기술사업화 전문가단은 신사업을 어떻게 지원하나.
“매년 신규 과제를 신청 받아 심사해 선정되면 사업화까지 2년간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하고 지원해 준다. 정부가 창조경제 구현 차원에서 새롭게 기획한 사업이다. 전문가단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해 운영한다.”
-현재 신사업 진행 상황은.
“IoT 기반 전기버스 사업은 다(多)부처 협력 사업이다. 일단 공공버스부터 시작했다.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연구개발을, 미래창조과학부가 사업화를, 환경부가 보급을 맡는다. 배터리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다.
전기버스는 교통녹색사업이다. 기존 CNG버스에 비해 무공해지만 가격이 비싸다. 전기버스는 CNG 대신 배터리만 교체해 주면 된다. 배터리 교환 시간도 시범운행해 보니 1분 이내였다. 자동차가 휘발유를 넣는 것에 비해 시간이 단축된다.”
그는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자동차 사업이 ‘왜 IoT 사업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이 단장은 정류장에 오는 버스 중 배터리를 교환해야 할 버스를 구분하는 일도 사물 간 소통인 IoT 기술을 적용해야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2013년 11월부터 경북 포항에서 전기버스 시험운행에 들어갔다. 현재 2대가 운행 중인데 아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포항시는 시청 앞에 배터리 교환시스템을 설치해 포항시를 전기버스의 메카로 만든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제주도는 올해 전기버스 50대, 서울시는 30대를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전기버스 사업이 본격화함에 따라 지난해 서울에 전기차 토털서비스업체까지 등장했다. 전기버스는 외국에서도 관심이 많다. 특히 공기가 나쁜 중국이 그렇다. 앞으로 중국에도 수출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관용차도 전기차를 이용하고 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에는 CNG버스가 별로 없다.”
-스마트 팜 사업은.
“IoT 기반 농업을 하면 기존 농업방식에 일대 혁신을 불러올 것이다. 인력난과 남북통일에 대비해 식량문제, 농산물 적기 생산과 유통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빅데이터로 농산물의 수요와 가격을 조절하면 가격폭락이나 과잉생산을 막을 수 있다.
농사를 IoT 기반으로 지을 경우 퇴직 후 인생 이모작(二毛作)과 청년 취업난도 해결할 수 있다. 농사에 관한 내용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알려주면 농사 초보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경기 화성에 있는 H영농조합은 파프리카로 연매출이 35억∼40억원이라고 한다. 이 영농법인 대표는 외국에 나가 있는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단장은 남북이 통일되면 식량문제가 심각할 텐데 스마트농업을 통해 식량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헬스사업으로 알레르기 진단시스템도 개발해 이를 사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의 관건은 의료보험적용 여부와 식약청 허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오후 4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해야 한다고 서둘러 일어났다. 시계는 이미 4시를 지나고 있었다. 문득 IoT시대라면 시계를 볼 일도 서두를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