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기적합업종에서 해제된 LED조명, 기회인가 위기인가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구가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LED조명 시장에서 일부 품목(MR, PAR, 벌브형)만 생산·판매할 수 있었던 대기업들은 앞으로 모든 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은 자율적으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관수시장 진입을 자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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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LED 대기업과 중소기업계 그리고 정부가 10여 차례 협의해 나온 것이다. 그동안 LED를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시켰던 것은 대기업의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나 글로벌 조명기업과 중국산 저가 제품에 안방을 내줘버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시장을 원상 복구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강점 조합으로 시너지 기대…기회

정부는 중기적합업종에서 LED조명 기구를 해제시키면서 대중소 기업 간 상생협력 구조를 만드는 데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마케팅, 투자 등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은 품질향상을 위한 인증, 표준화, 유통체계 선진화 등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연구, 신제품 개발 등 합작품도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협의회를 구성해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업계는 정부가 내놓은 시나리오대로 운영된다면 최적화된 사업 구조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브랜드, 유통망, 마케팅 능력 등 대기업의 강점과 품질, 원가 등 중소기업의 강점을 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제품 규격이나 인증 표준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생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면 중소기업 제품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조명업체 관계자는 “준비했던 LED 관련 사업들이 규제에 묶이면서 조명 기업들의 제품이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했던 웃지 못할 일들도 많았다”며 “이번 적합업종 해제로 이런 조명 기업들의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관수시장을 시작으로 소비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국내 LED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명기술의 국산화 측면에서도 업계는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각종 규제로 기술 개발에 사실상 힘을 쏟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해외 조명 사업에서 손을 뗀 삼성전자가 해외 시장을 제외한 내수 시장에서 완제품에 얼마나 집중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기업 간 협력 활성화로 다양한 제품이 시장이 출시되면 수요가 촉진돼 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상생 활동이 자리 잡기까지는 정부의 수입제품 규제나 국내 기업에 대한 재무적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OEM 납품업체로 전락 우려 커…위기

이번 정부의 방침을 놓고 우려 섞인 반응도 많다. 특히 대·중소 기업 간 협업이 경쟁 관계로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LED 칩이나 패키지를 중국 업체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수입해 와 국내 시장에 가격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대다수 중소기업의 사업 미래성은 불투명해지고, 전체 산업의 균형 면에서 일부 대기업에 치중될 경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기존에 대기업의 OEM·ODM 등의 하도급을 하고 있던 중소 업체들의 입지만 커지고, 그 외 중소·중견 업체들은 정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이번 중기적합업종 해제를 계기로 국내 LED 업계에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기업의 기존 하이엔드·고가 정책으로 저가 중국 제품의 잠식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의 조달시장 진출로 인해 이 분야 중소 LED 기업의 도산 위험도 높다. 이들 업체가 대기업의 OEM 제품 납품업체로 전락할 위기도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른 업체 한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 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중소기업 협력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선 국내시장에서라도 중국제품에 대한 엄격한 품질 검증 등 견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개척에 초점 맞춰야

국내 LED 산업이 글로벌 기업과 중국 업체가 펼치고 있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닛치아, 필립스 등 선진 기업은 고부가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고, 중국·대만 업체들은 정부 지원에 기반을 둔 대규모 설비투자와 핵심 인력 수급 등을 바탕으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의 생산라인은 이미 중국의 CM(Contract Manufacturing) 생산으로 전환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의 족쇄가 풀렸다고 해서 이 시장을 보고 대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국내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전문가는 “내수만을 위한 상생협력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상생협력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대기업의 브랜드 후광 효과와 중소기업의 혁신적인 조명기술을 융합해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게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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