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산업계의 주사용 연료가 가스에서 벙커C유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는 지난해 산업용 도시가스 사용량이 10월까지 누계 72억4300만㎥를 기록해 2013년도 동기 대비 7.7%로 하락했다고 3일 밝혔다. 아직 연간 집계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12월까지 실적 역시 유가 하락이 지속된 만큼 사용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협회는 최근 산업용 가스 사용량 감소의 이유를 유가 하락에 따른 다수 사업장의 벙커C유 설비 재가동에서 찾고 있다. 가스와 석유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는 듀얼 보일러 설비를 갖추고 있는 산업 현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벙커C유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난방과 스팀 생산용으로 가스보일러를 많이 사용해 왔다. 가스가 효율과 편리성, 환경적인 면에서 우수했고 고유가 기조로 벙커C유의 가격적 매력도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가 절반 아래로 떨어지면서 산업 현장에서 가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벙커C유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벙커C유가 국제 유가 변동에 바로 반응하는 것과 달리 가스 가격은 국제유가보다 약 2달 정도 늦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업계는 지난달 가스요금이 인하되기는 했지만 벙커C유와 경쟁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도시가스업계의 매출 하락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벙커C유 이외에도 목재 팰릿과 폐기물 고형 연료 등 다양한 대체 연료들을 사용하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이 됐지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 사업장의 경우 벙커C유와 폐기물 고형 연료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저유가가 장기화 될 경우 도시가스 업계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