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은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때 가장 위험하다. 당장 표심을 얻자고 선심성 정책을 내놨다가 먼 장래가 아닌 5년, 10년 뒤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허둥지둥 환급을 비롯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다르지 않은 사례다.
우리나라 백년지대계를 그려야 하는 정책 가운데 우선 순위를 꼽아보면 에너지를 빼놓을 수 없다. 제조업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자원빈국에 에너지 정책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밑그림을 내놓은 지 오래지만 최근 전력 도매 가격과 국제 유가 동반 하락 현상이 심화해 정책 의지가 실종됐다. 심지어 얼마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는 돌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말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직접 전기와 가스요금 인하를 언급했다. 이후 가스요금 인하안이 곧바로 나왔다.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에너지신산업은 범국가 차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테마였다. 작년 9월 대통령 주재 ‘에너지 대토론회’에서 신산업 육성 계획이 나왔으며, 그 직후 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그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하자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관심은 쏙 들어갔다.
에너지 정책이 한심스런 것은 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상황에 따라 급변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에너지신산업 정책이 과거 에너지가 부족했던 상황에 만들어져 기계적인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환경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와 동시에 국민 복지와 산업 환경 개선을 강조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 장기적으로 에너지 시장의 가격 체계를 왜곡하고 에너지신산업의 성장 동력을 잃게 할 수 있다.
에너지신산업을 키워야 하는 또 다른 당위성도 있다. 지구촌 모든 국가가 벗어날 수 없는 환경 규제다. 에너지 가격 현실화를 비롯해 에너지신산업 육성 기조를 바꿔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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