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한민국 경제호가 다시 뛴다.
새해 우리나라는 ‘창조경제’를 키워드로 산업 전반의 고도화를 꾀한다. 저성장 틀을 깨기 위해 주력산업 중심의 구조개혁에 나서는 한편 창업·벤처 활성화와 신성장동력 육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국가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활약은 물론이고 연구개발(R&D)과 무역투자·산업진흥·기술문화 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기관과 연구원, 공기업의 협력이 필수다.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산업 생태계 건전화 작업도 올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전자신문은 ‘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 시리즈에서 주요 기관 수장들의 올해 포부와 중점 추진 방향 등을 들어본다.
◇정재훈 산업기술진흥원장-“현장 중심의 기술과 기업지원에 매진”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하지만 저는 우리 중견·중소기업의 저력을 믿습니다. 올해는 특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 가야 하는 시기인데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창조경제의 희망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은 ‘발을 땅에 딛고 일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듣기 좋은 말, 달콤한 말을 앞세우거나 프로세스 혹은 절차적 정당성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제로 손에 잡히는 성과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는 뜻이다.
정 원장은 손에 잡히는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현장밀착형 기업 지원, 찾아가는 서비스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기술은 기초과학기술과 달리 철저히 시장과 제품화를 지향하고 사람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진흥원도 현장중심의 업무와 기업 간, 연구기관 간 협업을 유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KIAT는 매주 수요일을 현장방문의 날인 ‘와우데이’로 정하고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기업이나 유관기관을 방문해서 이야기를 듣도록 했다. 여기에는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줘서 고객감동(wow)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 원장은 지난 한 해에만 100곳이 넘는 전국 기업과 기관을 다녀왔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현장을 찾은 셈이다.
이 같은 기업 지원 활동으로 KIAT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바로 ‘중견·중소기업의 성장판을 열어주는 조력자 역할’이다. 기업이 성장해야 고용이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기술, 인력, 마케팅 노하우, 자금 등이 공급돼야 한다”며 “KIAT가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종합기술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KIAT가 역점을 두는 목표는 ‘일자리(고용)’ 지표다.
정 원장은 “창조경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만드는 것”이라며 “창조경제의 열매가 바로 일자리라고 보고 좋은 일자리가 산업기술 분야에서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IAT의 사업 분야는 인력양성, 소재부품, 국제기술협력, 지역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지만 정 원장이 그중에서도 기술사업화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매출로 연결되는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새해 가장 주력하는 사업 분야는 무엇인가.
▲올해도 현장과 협업에 가장 큰 비중을 둘 것이다. 올해 현장중심 문화, 찾아가는 서비스를 좀 더 발전시켜 볼 계획이다. 유휴기술 사용률을 높이고 기술이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기술이전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찾아가는 기술이전설명회’ 콘셉트로 지역 산업단지 등을 돌며 관련 분야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서 설명회를 20회 이상 개최할 생각이다.
협업 분야 쪽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테크노파크, 지역혁신센터 등 KIAT가 그동안 지역에 구축해 놓은 산업지원 인프라가 많은데, 이를 잘 활용하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서 살아있는 클러스터를 만들도록 하겠다.
-협업을 강조하면서 국제 협력에도 많은 공을 들여왔는데.
▲지난해 우리나라는 유럽 지역 국제공동R&D 프로그램인 유로스타2에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2009년부터는 또 다른 국제공동R&D 프로그램인 유레카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해 활동 중인데, 유로스타2는 특히 중소기업 전용 프로그램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올해부터는 유레카, 유로스타2에 참여할 국내 기업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스페인 등과는 양자 공동R&D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기업, 기관과도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겠다.
-주목할 만한 산업기술 문화 확산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
▲희망이음 프로젝트는 지역에 숨어있는 강소기업들을 청년 인재들과 연결시켜줌으로써 학생들에게 좋은 기업을 소개시켜주고 지역기업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사업이다. 기업의 기대와 구직자의 요구조건 눈높이를 맞춰가는 일자리 미스매치 문화 개선 캠페인이다.
‘케이걸스데이’는 이공계 진로 및 기술 분야에 여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미래 여성 R&D 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KIAT가 전국 100개 기술현장(기업 연구소, 대학, 연구기관 등)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기술체험 행사다.
이 밖에도 대기업과 출연연이 개발해놓고 활용하지 않는 기술을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이전해주는 기술 나눔 프로젝트, 개발도상국에 우리의 산업기술 발전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연계하는 산업기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산업기술의 사업화를 꾸준히 강조해 오셨는데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개발된 여러 요소기술이나 휴면 특허 등이 많다. 이들이 개별적으로는 큰 힘을 내지 못하지만 이를 모듈화하면 실제 활용도가 높아진다. ‘R&D 성과물 재발견 사업’ ‘중소기업 공동연구소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기술의 제품화, 사업화를 지원한다. 그동안 국가 R&D 사업이 연구비 지원에 집중되면서 실제 사업화 지원 기능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올해 사업화 촉진기금이 950억원 정도 확보되면서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에 큰 힘을 얻었다.
-산업기술진흥원의 조직 운영 원칙과 올해 중점 방향을 얘기해 달라.
▲올해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내건 화두가 ‘줄탁동시’다. 기업이 알을 깨고 나오려는 병아리라면 정부나 KIAT 같은 공공기관은 알을 잘 깰 수 있도록 밖에서 돕는 어미 닭의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이 노력할 때, 여기에 타이밍을 잘 맞춰서 우리가 밖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정책은 타이밍이고, 신뢰성이고, 연속성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원하는 정책으로 도와서 성장판을 확장시키는 역할에 집중하겠다.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강화하면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굿 잡 크리에이터’로 발돋움하는 원더풀 KIAT의 모습을 지켜봐달라.
◇2015년 산업기술진흥원 주요 프로젝트-1사 1도우미
KIAT가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1사 1도우미 프로젝트는 ‘전사적 기업도우미 활성화 캠페인’ 또는 ‘직원 전체의 기업도우미화(化)’라고 볼 수 있다.
KIAT는 현재 인력 지원, 기술개발 지원, 자금 지원, 해외진출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기관이다. 기업과 접점을 갖고 있는 사업부서 직원들이 일대일 기업도우미로 나서서 밀착형 기업지원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직원들은 매칭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 R&D 지원시책 및 사업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업 애로사항이 해결되도록 노력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 성장에 필요한 종합컨설팅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특히 KIAT가 사업단별로 운영하는 다양한 정책네트워크(인력, 자금, 해외진출 등)와 연계하면 기업이 논스톱 밀착 컨설팅을 받을 수 있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기업들은 KIAT가 추진하는 정책 모니터링단에 참여하거나 직원들을 통해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정책 수립 및 사업수행 과정에 기업 참여가 늘어나게 되면 KIAT 입장에서는 수요자 맞춤형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기업도우미, 혹은 기업주치의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제도와 그 성격은 비슷하다. 다만 KIAT의 1사 1도우미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지원만 받는 것이 아니라 KIAT 직원과 매칭기업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동반자적 관계를 정립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KIAT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우수 중견·중소기업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좋은 기업문화, 기업가정신을 공유하고 창조경제를 선도할 만한 모범 기업사례로 확산시키는 작업도 진행한다. 기회가 맞으면 KIAT와 공동으로 사회공헌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정 원장은 “지금까지 국가R&D 과제를 진행하는 기업은 단순히 ‘지원받을 대상’으로만 인식돼 왔지만, 1사 1도우미 제도가 확대되면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대될 수 있다”며 “매칭된 기업과의 일상적인 스킨십 확대로 기업의 애로요인을 손쉽게 파악하고 정부정책의 좋은 효과가 기업 곳곳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훈 원장은
1960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용문고와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6회로 1983년 공직에 입문했다.
지식경제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에너지자원실장 등 부처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가표준원 업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산업통상자원부의 모든 업무를 경험해 본 산업정책 전문가다.
정 원장은 중앙부처에 있을 때부터 산업부 축구동호회를 만들고 이끌며 업무 외 시간에 소프트 스킨십을 주도하는 등 격의 없는 소통으로 직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문화예술을 활용한 소통에도 능하다.
2010년부터 개인 페이스북으로 클래식 음악에 해설을 덧붙여 소개하거나 주목할 만한 미술작가, 작품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클래식 애호가인 정 원장은 2013년 4월부터 ‘놀라온 오케스트라’ 명예단장직을 무보수로 맡아 일하며 클래식 대중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따뜻한 경제공동체 만들기에도 관심이 많다. 공직 시절 “아동·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전국 지역아동센터와 자매결연해 후원하는 사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KIAT도 현재 장애인 시설인 한사랑마을(경기도 광주)과 성은학교(경기도 성남) 외에 과천 부림 지역아동센터, 안양 관양흰돌 지역아동센터, 안산에 있는 다문화가족 행복나눔센터 등 사업단별로 지역아동센터와 자매결연해 지원하고 있다. 또 소재부품주간, 테크플러스포럼, 공학교육페스티벌 등 KIAT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도 소외계층·도서지역 아동들을 별도로 초청해 다양한 기술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