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앞날을 예측하지 못한 탓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업체를 목도한다.
미국 기업인 코닥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2년, 132년이라는 긴 세월을 뒤로 하고 파산했다.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해 세계 필름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던 회사였다. 1970년대에는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내놓으며 디지털 혁명에 앞서가는 듯 했지만 수익성이 좋은 아날로그 광학 필름 사업에 집중했다. 여기에 일회용 카메라 시장의 선두주자인 폴라로이드에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하며 몰락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졌더라도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거나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결국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경영자에겐 필수인 셈이다. 물론 미래는 모두에게 불확실하다. 미래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 전략을 짜고 그에 따라 사업을 운영해야한다.
미래는 과거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핵심 요소와 패턴을 알아내는 일이다. 저자는 이를 5단계로 나눠서 설명한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관련 요소를 파악하며 △이 요소들 중 핵심 동인을 추려내고 △여러 예측 방법으로 실제 미래를 예측해 △이를 통합한 미래 전략을 짜는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STEPPER’라는 개념을 끌어온다. 사회·기술·환경·인구·정치·경제·자원의 영문 앞 글자를 한 자씩 따 만들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보편적인 요소들이다. 저자는 STEPPER로 핵심 동인을 찾고 미래 예측의 결과를 점검하며 원하는 미래를 만드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전한다.
미래를 예측할 때에는 주어진 문제에 걸맞은 3~6개의 미래 예측법을 선택해야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게 3차원 미래 예측법이다.
볼펜을 쥐어보자. 볼펜은 현재 시점인 2015년에 존재하고(시간), 대한민국에 긴 막대 형태로 있으며(공간), 플라스틱 재질로 글을 쓰는 데(분야) 활용된다. 즉 시간, 공간, 분야의 3차원 요소를 파악하라는 얘기다. 이 방법으로 문제와 관련된 요소를 모두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미래 예측이 단순히 기업의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희망하는 앞날을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란 얘기다.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하며, 전략을 수립하는 ‘미래 창조’ 3단계가 꿈을 이루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교수로 있을 때부터 ‘괴짜 교수’로 불렸다. 신발 끈을 서로 다르게 묶거나 TV를 거꾸로 놓고 봤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고와 각도에서 사물·현상을 봐야 그것이 가진 다양한 특성을 알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 결과 넥슨의 김정주, 아이디스의 김영달 등 벤처 창업가를 두루 배출해 ‘벤처 창업의 대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11년부터 ‘미래 전략’에 푹 빠져 2013년 KAIST 미래전략대학원을 설립했다. 현재 센터 내 교수들과 우리나라의 미래 전략을 도맡고 있다.
이광형 지음. 생능 펴냄. 1만8000원.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