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성공을 돕는 문제상황 탈출법]<50>협상 마감시한과 지연전술

일부러 시간 끄는 상대, 도대체 속내가 뭘까?

최근 워크아웃 판결을 받게 된 D자동차. 채권단은 D자동차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공개 입찰에 부쳤다. F자동차가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고, 큰 손해 없이 매각이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F자동차가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D자동차의 부실 규모가 커지자 채권단은 서둘러 입찰에서 2순위로 인수를 희망한 G자동차와의 협상을 추진했다. 그런데 G자동차는 까다롭게 계약조건을 따지며 시간을 끈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시간을 끄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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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중 상대가 빨리 본론을 꺼내지는 않고 이야기를 빙빙 돌려대는 통에 답답한 경험이 많았을 것이다. 심지어 협상이 끝나가는 시점에 재검토를 주장하며 트집을 잡는 경우도 있다. 시간을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시간은 협상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시간이 많은 협상가가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쉽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끌어 상대의 애를 태운 뒤 양보를 얻어내려 하는데, 이것을 ‘지연전술’이라고 한다. 지연전술에 말려들면 어떤 손해를 입게 되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IMF 외환위기 이후, 대우자동차는 워크아웃 판결을 받았다. 채권단은 대우자동차를 매각하기로 하고 공개입찰에 붙였고, 포드자동차가 가장 높은 금액인 70억 달러를 제시하며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돌연 포드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GM이 유일하게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됐다. 마음이 급해진 우리 정부와 채권단은 공개적으로 마감시한을 선언하는 우를 범해버렸다. 채권단이 바라볼 곳은 오직 자신들이라는 것을 간파한 GM은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 결국, 협상 마감시한이 다가왔고, 뾰족한 수가 없던 채권단은 한때 70억 달러까지 논의되던 대우자동차를 GM이 부르는 대로 4억 달러라는 헐값에 팔고 말았다.

채권단이 이런 지연전술에 말려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스스로 협상 마감시한을 알렸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눈치 채면, 상대는 지연전술을 통해 더 큰 양보를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즉, 협상 초반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첫 만남에서는 식사 자리를 제안하는 등 협상에 충분히 여유있게 임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좋다. 또 상대방이 호시탐탐 정보를 얻어내려고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장 협상 시, 노련한 협상가는 가져가는 가방 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쓴다.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은 공항에 마중을 나가 협상 상대가 가지고 온 가방 크기부터 살펴봤다고 한다. 상대가 작은 가방에 급박한 일정으로 온 것이 느껴지면 관광과 접대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들이고, 출국이 임박한 시점에 이르면 결정적 요구사항을 꺼내는 지연전술을 썼다. 노련한 협상가라면 아무리 빨리 협상을 끝내고 귀국할 계획이었더라도, 서류가방보다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가져왔을 것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월맹도 이런 지연전술을 자주 썼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미국과 베트남 간 종전협상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미국 대표는 파리에 있는 최고급 호텔 객실을 2주 동안 빌렸다. 반면 베트남 대표는 파리 교외에 채소밭이 딸린 전원주택을 2년 기한으로 임대했다. 결국 베트남 협상단이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나의 협상 마감시한을 상대가 모르게 하는 것은 협상 결과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만약에 협상 마감시한을 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많은 경영자에게 협상을 가르친 맥스 베이저만 교수는 ‘다른 협상 상대’, 즉 협상 용어로 배트나를 강조했다. 배트나가 있다면 비록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 마감시한이 알려진 상태라면 빨리 배트나를 확보해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나는 다른 상대에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넌지시 알려야 한다.

대우자동차는 GM을 대체할 수 있는 배트나를 활용해 시간을 끄는 GM에 “최악의 상황에는 다른 상대를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 시간은 협상력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상대의 지연전술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협상 마감시한을 절대로 상대방에 알리면 안 된다.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협상 마감시한이 이미 알려졌다면, 배트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라.

공동기획: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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