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안녕! 대한민국](2회) 떠나는 기업 대안은 뭔가?

예비 창업가 및 기존 ICT·콘텐츠 기업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마음을 돌리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를 찾기 위해 해외에서 창업하거나 해외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ICT 기업 대표 및 창업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학계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이들은 “ICT기업이 해외를 바라보며 창업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우리나라가 글로벌 창업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의 재투자와 정부 지원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협소한 국내 시장, 창업자·VC 수준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쳐다보게 돼”

이선웅 ASD테크놀러지 대표=한국이 소프트웨어로 세계적인 것은 게임 정도다. ASD의 해외매출 비중이 90% 정도인데 한국에서 창업했으면 불가능한 수치다. (해외에서 창업한 덕분에) 한국이 직면한 ‘IT 갈라파고스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직도 한국에서 시작한 기업 중 많은 업체들이 내수형 서비스에 집중해 글로벌 표준을 못 따라가는 경향이 짙다.

도해용 레드테이블 대표=2000년에 처음 창업을 했고 2012년 두 번째 창업을 했다. 두 번의 창업을 비교해 보면 일단 벤처캐피털(VC) 수준이 높아졌다. 회사의 속내와 준비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 대학생을 비롯해 창업자들의 스펙은 ‘단군 이래 최고’다. 준비된 창업팀과 수준 높은 안목의 VC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을 지향하게 된다. 기업이 국내를 떠난다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외연이 확장됐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승철 엔피코어 대표:2002년과 2008년에 걸쳐 두 번 창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뒀다. 엔피코어 비즈니스에서 국내 시장은 800억∼1000억원인데 우리 회사가 40%를 차지한다고 해도 IPO하기에 부족하다. 결국 나라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 지사를 세워 진출했고 곧 미국에도 나간다.

창업환경이 좋아진 것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다. 10년 전과 달리 실제로 뭔가 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투자 받을 수 있다.

◇“대학생 예비창업자는 해외경험, 정부는 해외매칭 채널 늘려야”

배인탁 서울대 객원교수=9년째 학교에서 창업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데 2010년을 전후해 수강생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요즘 다시 느는 추세다. 전반적으로 창업 열기는 달아오르는 편이다.

전국에 창업경진대회가 수백개다. 어떤 팀은 창업 관련 상만 10개씩 받는다. 중복된 비용을 줄이고, 이를 예비 창업자들이 해외경험을 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는 독특하다. 우리나라만큼 정부 역할이 세심하고 큰 곳이 없다. 정부가 수많은 정책을 만들고 엔젤투자자까지 심사한다. 정부가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에서 벗어나 거름을 주고 키우는 수준 높은 지원을 해야 한다. 그동안 온실 생태계였다면 이제 온실을 걷어내면서 자연 생태계 속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오덕환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 대표=글로벌 회사들의 공통점은 ‘초연결’이다. 수많은 사전 정보로 현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이런 것을 배워야 한다.

◇“직장인 출신 창업자 많이 나와야 글로벌 성공 가능성…시드 단계 정부 지원은 늘려야”

이선웅=글로벌 창업 성공률을 높이려면 대기업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마케팅과 개발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 본 경험이 밑거름이 된다.

기업에서 창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안정적인 직장’을 버린다는 두려움도 크다. 이 같은 장벽을 어떻게 없앨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도해용=‘청년창업’이라고 이름 붙은 지원책은 만 39세로 자격이 제한되는데 개선해야 한다. 지원 범위를 40세 이상까지 늘려 기업 경험이 있는 창업자가 많이 배출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는 대학생 창업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내적 역량이 쌓여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승철=‘대박’이라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사업은 영속성,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경험 없이는 불가능하다.

배인탁=학생들에게 “창업에 성공한다면 10%는 후배들에게 투자하라”고 늘 말한다. 요즘 벤처에서 성공한 이들이 생태계에 투자하는 사례가 조금씩 나오는데 더 늘어야 한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지원은 시드 단계에 집중되어야 한다. 한국은 엔젤투자자가 적은 편이다. 창업 직후 필요한 지원이 비어 있다고 본다. 적어도 3년은 버틸 수 있도록 시드다계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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