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TV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과다 송출수수료 부과 논란 등으로 인상률은 최근 수년과 비교해 큰 폭 하락했다. 제7 홈쇼핑인 공영홈쇼핑이 개국할 예정이어서 인상률 하락세가 새해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업체와 케이블·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가 2014년 연간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사상 첫 1조원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으나 인상률은 통계가 확인된 2010년 이후 처음 한 자릿수로 내려갈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홈쇼핑사가 내는 송출수수료 합계는 1조5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공개한 TV홈쇼핑사 연도별 송출수수료는 2009년 4093억원을 시작으로, 2010년 4857억원, 2011년 6383억원, 2012년 8704억원, 2013년 9708억원이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30%대의 높은 인상률을 나타냈으나 지난해는 11%대로 하락했다.
현재 홈쇼핑사별로 각 유료방송사업자와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일부 업체는 협상 마무리 단계다. 모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협상이 종료됐다”며 “올해 처음 눈에 띄게 인상폭이 꺾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일부 케이블방송 사업자는 가입자 감소 등으로 송출수수료를 동결했다”며 “전체 인상률은 한 자릿수 후반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송출수수료 인상폭이 한 자릿수로 예상되는 데에는 정부의 계도가 영향을 미쳤다. 홈쇼핑업계가 상품 공급업체에 34%에 달하는 높은 판매수수료를 요구한 요인으로 과다한 송출수수료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방송사업자 수익 모델이 광고·시청료가 아닌 송출수수료에 과다하게 의존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의 직간접 관여와 별개로 소비자의 방송 시청 패턴 변화도 요인이 됐다. 홈쇼핑업체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지상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종편·케이블도 많이 보면서 ‘골드번호(지상파 근접 채널)’ 이점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TV가 아닌 스마트기기로 결제하는 모바일쇼핑 비중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GS홈쇼핑 등 일부 TV홈쇼핑은 올해 모바일쇼핑 비중이 20%대에 달했다.
송출수수료 인상률 둔화가 새해에도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신규사업자 등장은 업계 간 채널 확보 경쟁 심화로 이어져 송출수수료 인상 요인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7 홈쇼핑이 공영홈쇼핑을 지향하는 만큼 과도한 송출수수료를 내지는 않겠지만 채널이 한정돼 있어 인상 가능성은 크다”고 내다봤다. 미래부는 공영홈쇼핑 승인사업자 승인 기준으로 ‘판매수수료 인하(20% 수준)’와 함께 ‘과도한 송출수수료 지출 지양’도 제시했다.
<【표】TV홈쇼핑 연도별 송출수수료(단위:억원) / 자료:미래창조과학부>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