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은 지난주 정부로부터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받았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한 NH투자증권은 31일 공식 출범한다. 각각 국내 1위 금융그룹과 증권사가 등장하면서 금융산업계 판도 변화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출범뿐만 아니라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KB금융그룹 LIG손해보험 인수 역시 금융투자업 대형화를 꾀하는 정부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이 방침이 아니더라도 자본시장을 매개로 한 몸집 불리기는 금융산업계 전체로 번질 전망이다. 후발 금융사가 초대형 금융사에 맞서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올해 자본시장에서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이 있었다.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별로 무차별적인 M&A 경쟁이 벌어지면 더 확산될 수도 있다. 금융·투자시장 위축으로 구조조정설이 끊이지 않았던 올해다. 정부 개입이든, 자발적이든 금융산업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그렇다고 몸집 불리기로만 치달아선 곤란하다. 정부가 금융투자사 대형화를 유도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투자사와 맞설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일리가 있다. 금융사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몸집만 커진 채 내부 역량 개선에 변화가 없다면 되레 부작용만 커진다.
우리나라 금융투자사 경쟁력은 세계적으로도 낮은 편에 속한다. 결코 자산이 적어 그런 게 아니다. 관치금융에 길들여진 나머지 고객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이해도, 급변하는 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도 떨어진다. 이런 경쟁력 회복이 없는 M&A라면 오히려 부실만 덩어리도 키우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고객, 영업, 미래성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김원규 NH투자증권 초대 사장이 개인까지 망라한 고객 관점의 사업 재편을 선언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금융사는 안으로 수익 개선, 밖으로 글로벌 금융사와 핀테크 공세에 직면했다. 새해 더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혁신을 통한 본원적인 경쟁력 회복만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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