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통신장비업체가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장비 분야 SW 개발자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그나마 있는 인력도 중소 장비업체 취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장비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력양성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통신장비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통신장비 개발에 SW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관련 인력이 없어 장비 개발에 애로를 겪고 있다. 국내 인력이 없어 거금을 들여 해외 R&D센터를 운영하며 현지 인력을 조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는 “SW인력을 국내에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지원자도 많이 없지만 쓸 만 한 사람도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통신장비에서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비중이 커지는 데 개발 인력이 없어 애로사항이 크다”며 “동남아 등지에서 현지 인력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도와 중국, 베트남에 R&D센터를 운영 중인 다산네트웍스는 해외 R&D센터 인력이 100여명에 이른다. 이중 절반 이상이 SW 개발 인력이다. 국내에서 모자란 SW 개발 인력을 해외에서 충원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와 함께 스위치 장비 업계 대표 기업인 유비쿼스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상근 유비쿼스 대표는 “네트워크 장비쪽 SW로 경력을 쌓은 개발자가 거의 없다”며 “경력 사원을 뽑고 싶어도 국내에선 사람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하드웨어는 한번 개발하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반면에 SW는 개발 주기가 짧다”며 “전체 개발 인력 중 SW 비중이 70% 이상이 돼야 하는데 이 수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도는 다르지만 국내 통신장비업체 모두 다산네트웍스와 유비쿼스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SW 인력 찾기에 애를 먹는 이유는 장비 분야에 전문인력을 대거 양성할 대형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한화와 대우, 현대 등이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접은 후 삼성전자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대기업은 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교육이 힘들다. 기존 대기업 출신 경력자들이 중소기업을 창업하고 개발을 맡아왔지만 후학 양성에는 실패했다. 이들이 은퇴세대가 되면서 공백 우려가 커졌다.
이 대표는 “SW 개발자 부족이 장기적으로 회사 운영에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며 “인력 수급을 위해 해외 R&D센터 설립도 고민하고 있지만 회사 상황상 아직은 고려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산업으로 몰리는 개발자 수요를 끌어오는 것도 답은 아니다. 남 대표는 “네트워크와 통신 양쪽 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둘 다를 아는 인재가 거의 없다”며 “게임이나 서비스 개발자가 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SW 개발자를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업계와 정부가 관련 인재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