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내수부진이 더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달 22일 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 4.0%보다 0.2%P 낮췄다.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민간의 우려를 감안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3.5%로 하향했다.
우리 경제가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침체로 가는 갈림길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의 경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첫 단추는 내수 진작이다. 내수가 살아나야 기업의 수입이 증가하고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소비를 활성화하는 정책으로 내수부진을 돌파하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생분야를 중심으로 내수를 살리는 과감한 정책대응에 나서겠다”며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심리에 온기를 불어넣는 정책패키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장관의 발언에는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인식과 해결방향이 담겨 있다. 문제는 아직 해결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해결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업도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린 국내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 소비진작 새 정책 내놔야
최경환 장관이 부임하면서 정부가 시도한 내수중심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현재까지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금리 인하로 시중에 유통되는 돈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려 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보다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다. 가계의 구매력이 개선되지 않으니 소비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에게 자금이 돌아가 가계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소비여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임금인상 정책이다. 우리나라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으로, 올해 5210원에 비해 370원 올랐다. 노동계가 제시한 6700원과 사용자 측이 요구한 동결 사이에서 사실상 사용자 측 의견을 들어준 셈이다. 사용자 측은 7년째 동결 입장에 변화가 없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과감한 임금인상 정책을 시도했다. 미국은 대통령 긴급명령 방식으로 연방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대폭 인상했다. 인상률이 40%에 육박한다. 근로소득에 대한 세액공제폭도 3배 이상 확대했다. 일본도 정부가 나서서 경영자들에게 임금인상 필요성을 밝혔다.
기업이 임금인상 정책을 시행할 수 있게 정부는 비정규직 제도 개선과 사회보험 확대, 중소기업 지원 정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
대형마트 규제완화 등도 거론된다. 당장 대형마트 휴무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만 바꿔도 매출이 1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인 내수 활성화 정책과 함께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장기적인 정책 추진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도 서비스·노동·직업교육·공공·금융 5대 구조개혁 분야를 정해 중점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틀 속에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핵심분야의 구조개혁을 본격화해 경제체질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직구 확대의 경고, 기업도 변해야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싱글데이 등 파격적 온라인 할인 행사에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전체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장규모는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직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직구 시장규모만큼 내수시장 매출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좁은 내수시장을 외국과 나눠 갖는 셈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수출인 ‘역직구’가 있다지만, 아직 전체 규모가 4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비자들이 직구를 선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매할 때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다양한 브랜드를 원하는 소비자도 있다.
해외 직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해외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글로벌 의류 브랜드 P사의 한국법인은 최근 몇 년간 국내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동일한 브랜드의 옷을 직구로 구매하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P사는 매출 회복을 위해 기존 가격을 대폭 손질해 직구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맞췄다. 배송비 등을 감안하면 직구와 유사한 수준이다. 급감했던 P사의 매출은 이때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 수출 상품과 내수 상품의 가격 차이를 두는 전략도 현명한 소비자가 늘어난 현시점에서는 재검토해야 한다.
KDB산업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해외 직구 영향이 큰 백화점이나 아웃렛은 국내에 없는 신규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병행수입 활성화 등을 통해 직구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며 “직구 소비자를 잡기 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