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모듈 시장을 놓고 소재·부품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그동안 소재·부품업체들은 자신의 영역 안에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였다. 그러나 모듈업체들이 소재 내재화에 나서고 소재업체들은 모듈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 관계로 바뀌었다. 급성장하는 카메라모듈 시장 주도권이 어디로 갈지 산업계 관심이 모아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메라모듈업체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재 내재화에 나섰다.
엠씨넥스는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에 쓰는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를 월 350만개 생산하고 있다. 자체 AF 액추에이터 비중이 늘면서 새해 초에는 월 450만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자동차 전장 카메라에 쓰이는 렌즈도 내재화했다. 그동안 렌즈는 소재 협력사에 주로 공급받았지만, 설계 기술을 내재화하고 생산만 외주하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에 성공했다.
삼성전기도 베트남 공장 설립을 계기로 자체 AF 액추에이터 적용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도 AF 액추에이터를 개발해 일부 모듈에 적용하고 있다.
소재업체들의 역공도 만만치 않다.
세코닉스는 자동차 전장 카메라 렌즈를 만들다 아예 모듈 시장에 뛰어들었다. 과거 엠씨넥스에 자동차 카메라 렌즈를 납품하는 협력사였지만, 지금은 모듈 시장에서는 경쟁 관계다.
세코닉스는 렌즈 경쟁력을 기반으로 모듈 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는 플라스틱 사출로 만들지만, 자동차 전장 카메라 렌즈는 유리를 깎아 제조한다. 세코닉스는 렌즈 유리 가공 분야에서 나름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자동차 전장 카메라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핵심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성옵틱스도 렌즈, AF 액추에이터 등을 생산하다가 카메라모듈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현재 500만·800만 화소 중저가 제품을 주로 생산하지만, 향후 1300만 화소 이상급 고부가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다른 스마트폰 소재·부품과 달리 카메라모듈 시장은 당분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업체들이 이미 상향평준화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디스플레이 대신 카메라모듈을 마케팅 포인트로 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 원가 중 부담률이 7~8% 수준으로 낮아 카메라 성능을 높여도 원가 부담이 크지 않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카메라모듈 소재·부품업체들은 당분간 협력하면서 동시에 경쟁하는 독특한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며 “자기 분야에서 나름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