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소방재난본부가 추진하는 정보통신망 고도화 사업이 ‘추진 시기’를 두고 잡음이 불거졌다. 동절기에는 사업이 어렵고 일부 통신사는 참여가 불가능한데도 사전규격을 공개했으며 규격서 자체도 미래 확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기소방재난본부는 개별 사업자 상황을 일일이 고려하기는 어려우며 규격서에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재난본부와 34개 소방서, 224개 안전센터와 예하기관을 연결하는 정보통신망 고도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통신망 구축 사업인 만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중소업체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 10일 경기소방재난본부가 사전규격서를 공지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우선 통신망 구축에는 인프라(관로·전주·케이블) 구축이 필요한데 3월 말까지는 동절기로 도로굴착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인프라 구축이 어려워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데도 사전규격을 공지했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의 개시 시점은 2016년 1월로 1년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당장 도로굴착이 힘든데도 조기발주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더군다나 한 통신사가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아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쟁이 제한돼 국가 예산 절감과 망 품질 향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격서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국가정보통신서비스(GNS) 이용지침에서 요구하는 전원공급장치 요구사항인 4시간을 1시간으로 대폭 완화됐다는 지적이다. 또 향후 예상되는 영상정보 전송, 119 통합에 따른 트래픽 증가와 망 안정성 설계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규격서 내용이 대폭 완화됐고 구축 기간도 무리하게 늘린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 주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만 생명을 책임지는 소방 정보통신망의 특성상 정확한 규격 재검토와 4월 이후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사업 기간을 내년 연말까지 충분히 잡았기 때문에 동절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모든 통신사가 부정당제재를 받은 것도 아니며 특정 통신사를 위해 원래 사업 일정을 변경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경기경찰청이나 인천소방 등 다른 기관도 본래 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전원공급장치 요구사항은 보통 다른 기관도 1시간 정도로 맞추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며 “일부 장비업체와 통신사가 사업 참여가 어려워지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사전규격 의견 수렴을 마무리하고 제안요청서(RFP)를 공지한 뒤 내년 2월 말 또는 3월 초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