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무인차 기술 기업 인수를 숨겼을까?

자동운전 차량은 구글이 개발 중인 프로젝트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것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기술을 보유, 구글이 인수한 기업인 510시스템즈(510 Systems)의 존재가 밝혀져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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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기술로 일어선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도 기술 기업을 사들이는 것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최근에도 로봇 개발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나 스마트 가전 개발사인 네스트 프로텍트, 인공위성 제조사인 스카박스 등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런데 구글 스트리트뷰 기술을 개발하고 지금은 자동운전 차량을 개발 중인 510시스템즈는 이런 기업 인수 목록에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다. 510시스템즈는 로봇 기술을 연구하는 기술자 2명이 만나면서 시작된 기업이다. 버클리대학에 재학 중이던 안토니 레반도스키(Anthony Levandowski)는 2005년 DARPA가 주최한 로봇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그는 준결승에서 패배했지만 이후 함께 참여했던 멤버와 함께 510시스템즈를 설립했다.

510시스템즈는 설립 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데이터에 GPS 정보와 관성 센서에서 취득한 위치 정보를 추가, 촬영 사진과 위치 정보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GPS 정보를 포함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시스템은 당시 이 회사의 유일한 고인 GPS 관련 기업을 통해 구글에 매각, 구글 스트리트뷰 촬영에 이용됐다.

이후 510시스템즈는 라이더(lidar)라고 불리는 레이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 시스템은 주변을 3D 스캔해서 3차원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라이더는 이동하면서도 정보를 수집하는 유용한 기술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입체 스캔을 할 수 있어 영상 기술로도 할리우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라이더 기술을 이용해 만든 뮤직비디오는 그래미 후보에 올라가기도 했다.

510시스템즈가 개발한 라이더는 나중에 구글 자동운전 차량의 레이저 시스템인 라이더로 채택되게 된다. 창업 후 얼마 되지 않은 회사지만 510시스템즈는 구글의 비전에 완전히 부합하는 기술을 가진 유망한 회사였다.

레반도스키는 2008년 DARPA 대회에서 자신과 겨룬 독일인 개발자를 스카웃, 자동운전 자전거 개발을 시작했다. 자동운전 기술은 자전거에서 다시 자동차로 이식됐고 디스커버리채널이 기획한 방송에 등장하기도 했다.

결국 구글은 당시 개발을 진행하던 자동운전 차량을 공동 개발하자고 510시스템즈에 제안했다. 구글 공동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백지수표를 건네는 등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결과 510시스템즈는 구글과 손잡고 프리우스를 개조한 자동운전 차량을 공동 개발했다. 510시스템즈가 차체와 컨트롤러 같은 하드웨어를 맡았고 구글은 소프트웨어 제어를 담당한 것.

프리우스를 개조한 자동운전 차량인 프리봇(Pribot) 개발 이후 구글은 곧장 510시스템즈에 인수를 제안했다. 510시스템즈는 구글에 회사를 팔지 여부로 내부에서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국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구글에 2011년 10월 편입되면서 구글X 산하로 들어갔다.

구글은 지난 13년 동안 170개에 달하는 회사를 인수했다. 유망 기술을 보유한 기업 인수는 공식 회견을 열고 보도자료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구글 자동운전 차량 개발에 참여 중인 것으로 보이는 510시스템즈에 대해선 어떤 공표로 한 바가 없다. 왜 구글이 이 존재를 숨기고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글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 회사의 존재는 반대로 구글이 자동 운전 차량을 다른 프로젝트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도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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