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삼성생명법’으로 일컫는 보험업법의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여당 측의 반대 여하에 따라 통과 가능성이 결정되겠지만 업계는 일단 상정 자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밖에 없어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전체회의에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1910100)’이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다. 지난 4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발의했으며,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26일부터 열리는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했으며 금융관련 법안은 28일 심사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삼성 공화국에서 발의된 반(反)삼성법’으로 불려 법안 상정과 국회 정무위 통과가 불가능할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삼성그룹만 특혜를 입고 있는 법적 근거를 약화시키는 내용으로 여당 측의 반대가 우려됐다. 보험사의 자산 운용 비율 산정 기준을 기존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시가평가)’으로 바꾸는 것이 이 개정안의 골자다.
현행 보험업법에서 보험사는 계열사 유가증권을 총자산의 3% 이내만 보유하도록 규제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의 가치가 취득 당시 기준이 아닌 현재 시가로 매겨진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시가로 약 15조원에 달하며 계열사 전체 지분은 19조원이 넘는다. 개정안 통과 시 자산이 193조원(2013년 기준)으로 매겨지는 삼성생명이 보유할 수 있는 한도는 3% 선인 5조8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유예기간인 5년간 매년 수조원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셈이다. 7.6%의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 매각도 불가피하다.
기존 보험업법이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제조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7.6%나 보유한 것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은 국민의 보험금을 대기업 산업자본의 자금줄처럼 이용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금산분리’ 법안으로도 분류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배력이 약화될 것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가장 큰 산은 여당의 반대다. 자산가치를 시가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은 금융업 전반에 확산된데다 국제적 관행이라 보험업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대 명분은 사실상 설득력이 낮은 상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통념상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으며 증권·은행 등 다른 업종과 해외는 모두 시가로 매기는데 삼성을 감안해 국내 보험업에만 시가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발의된 법안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여당이 반대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우회통로로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막으려는 삼성 측의 간접 노력이 계속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실의 한 인사는 “삼성 측이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시 삼성생명의 삼성 계열사 지분 변동 예상>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