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사업자 간 공방이 치열한 합산규제 법안이 제정되면 KT와 KT스카이라이프 등은 위헌소송도 불사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 2005년 신문사 시장지배력 기준을 점유율 30%로 삼은 신문법이 위헌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고,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제한한 해외 사례가 드물어 위헌 논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산규제 법안이 현행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 기준과 부합하지 않고 유례없는 시장점유율 사전규제 탓에 소비자의 유료방송 상품 선택권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25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미방위는 이르면 내달 초 쟁점법안으로 분류된 합산규제 법안을 법안소위에 상정할 예정이다. 합산규제는 당초 26일 진행되는 법안소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당 측에서 연기 의사를 밝혀 내달 초로 미뤄지게 됐다.
합산규제는 케이블TV, IPTV 등 방송사업 특수관계자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가운데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통상 독점에 관한 규제는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 기준을 따른다. 현행 독점규제법은 시장점유율 50%를 기준으로 부당 가격 변경 행위 등을 사후 규제한다. 지난 2005년 헌법재판소는 신문법 개정안에 이 기준을 적용해 시장지배적 신문사업자 추정 기준(30%)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독자의 선택 기준인 발행부수가 많다는 이유로 신문사업자를 일반사업자 보다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는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다른 사업자와 차별해 신문사업자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위헌 결정 사유를 밝혔다.
합산규제도 신문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시장 점유율을 사전에 규제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위헌 소지가 있다. 또한 가입자 수가 상한선에 이르면 원천적으로 고객이 신규로 가입하기 어려워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
합산규제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송 기술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현행 수직규제 체계 방송법 특성상 위성방송을 케이블TV, IPTV와 동일한 서비스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반도를 권역으로 단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성방송은 VoD 등 양방향 서비스를 구현하는 케이블TV·IPTV와 전혀 다른 서비스”라며 “합산규제 법안이 제정되면 기업 간 경쟁과 소비자 결정권을 침해해 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현행 수직규제 법제를 수평규제 통합법제로 전환해 각 유료방송 사업자에 사후 규제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과거 위헌 사례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고려해 정부와 사업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을 사전에 제한하는 합산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 기준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을 규제하는 등 사후 규제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합산규제를 재논의 하는 한편으로, 통신업계가 IPTV 서비스를 끼워팔기식으로 판매하는 결합상품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료방송이 공짜 서비스로 전락하면서 시장의 공정 경쟁 환경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방송 공짜 마케팅 탓에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며 “정부가 요금적정성 심사 규정을 강화하고 결합상품 내부 보조를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