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 뜨거워지는 지구

평균 기온 최대 4.8도, 해수면 수위 최대 82cm 상승 우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기후가 심상찮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증가와 산림파괴 등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 온실가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구 온실가스 증가 속도는 최근 2만년 동안 전례 없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가 늘면서 지구에 온실효과가 발생했고, 이는 지구온난화로 연결됐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 변화는 지구에 심각한 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않으면 지구가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 각국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제연합(UN) 등을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뜨거워지는 지구

지구의 표면 온도는 지난 1906년부터 2005년까지 100년 동안 0.74±0.18℃나 높아졌다. 작은 차이 같지만, 지구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표면 온도 상승은 극지의 얼음을 녹게 했고,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졌다. 강수 등 기후현상도 변했고,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은 우리나라가 속한 북반구 고위도로 갈수록 더 크게 나타났고, 해양보다 육지가 더 빠르게 상승했다.

최근 온도상승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년간은 20세기 동안 가장 더웠던 시기로 조사됐고, 지난 100년간 가장 더웠던 12개의 해가 모두 1983년 이후에 나타났다.

높아진 지구 온도는 북극 및 남극지대 기온상승, 빙하감소,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을 유발했다.

20세기에 북극 대기온도는 약 5도 높아졌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보다 5배나 빠른 속도다. 이로 인해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졌다. 극지방의 눈 두께는 1960년대 이후 10%나 감소했다. 스위스 산악지역의 빙하도 3분의 1만 남았다.

녹은 빙하는 해수면을 높였다. 20세기에 지구 해수면은 10~20㎝ 높아졌다. 높아진 해수면은 일부 나라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 해발 고도가 2m에 불과한 남태평양의 키리바시공화국은 국토가 점점 줄고 있으며, 위기를 느낀 정부가 피지로 전 국가가 이주하는 계획을 세웠다. 키리바시공화국 뿐만 아니라 남태평양의 나우루와 투발루, 인도양의 몰디브 등 아름답기로 유명한 나라들도 바다에 잠겨 앞으로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홍수, 가뭄, 폭염, 폭설 등 속출하는 기상이변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집중호우와 홍수가 빈발한다. 아프리카 지역은 가뭄이 심각해지고, 사막화도 가속화된다.

이런 변화들은 지구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만 해도 근해에서 잡히는 어종이 변했다.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러시아로 올라갔다. 한류성 어종이 떠난 동해에서는 난대성 어종인 은행게와 해파리고둥이 발견된다. 남해에선 참다랑어까지 잡힌다.

◇온실가스 배출 당장 줄여야

IPCC는 이달 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제5차 기후변화평화보고서를 발표했다.

IPCC가 7년 만에 내놓은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금세기 안에 온실가스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0~70%까지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권의 온실가스 농도는 지난 80만년 중 최고 수준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0~2010년 연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970~2000년까지 평균 1.3%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IPCC는 지구 온도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국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1860년대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이 2조9000억톤 이하가 돼야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2011년까지 이미 3분의 2에 달하는 1조9000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앞으로 수십 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억톤 이하로 억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기술(CCS)을 갖추지 않은 화석연료 사용을 2100년까지 완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30% 수준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2050년까지 80%로 높일 것을 권고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일축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지는데 따른 처리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대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이번 세기말에는 20세기 말과 비교해 평균 기온 최대 4.8도, 해수면 수위 최대 82cm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급속한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이 멸종위기에 직면하고, 식물의 생장과 어류의 분포가 변해 식량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의장은 “지구 온도 상승을 치명적인 수준인 2도 이하로 억제하려면 포집·저장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화석연료 사용은 2100년까지 퇴출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해수면 상승과 해양 산성화, 빙하 용해, 강력한 혹서 등 인간과 환경에 되돌릴 수 없는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차우리 의장은 “우리에겐 기회가 있고 선택 또한 우리 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잘못된 믿음이 퍼지고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사무총장은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닌 만큼 각국 정상은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며 “기후변화 대응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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