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가 카피캣?...이제는 퍼스트 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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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 혁신의 대명사로 부상한 샤오미의 스마트폰.

삼성전자·애플 베끼기에 여념없던 중국 업체들이 달라졌다.

최근 중국 업체들은 고화소 전면 카메라·6㎜ 두께 디자인·초고속 펌웨어 업데이트 등 혁신에 성공해 스마트폰 트렌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카피캣’이란 오명에서 벗어난 중국 업체들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얼마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중국 업체들이 스마트폰 사업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돌풍의 핵으로 부상한 샤오미는 독특한 사업 모델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 스마트폰업체들이 기기 판매 수익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샤오미는 서비스·액세서리·앱 판매로 짭짤한 이익을 내고 있다. 기기 판매 수익은 최소화한 덕분에 고사양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출시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도 더해졌다.

온라인 판매에 주력해 유통 비용을 최소화한 것도 장점이다. 기존 업체들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이용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 그러나 온라인 판로를 이용하면 유통 비용을 80~90% 줄일 수 있다. 온라인으로 선주문을 받은 후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생산·재고 비용도 얼마 안 된다.

스마트폰 디자인 측면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선전은 눈부시다. 지난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만든 기업은 삼성전자·애플이 아닌 중국 화웨이였다. 당시 화웨이는 6.18㎜ 두께 스마트폰 ‘어센드 P6’을 발표했다.

중국 소재부품업체들의 금형·사출 기술이 급속도로 올라온 덕분이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은 치열하게 스마트폰 ‘두께 경쟁’을 벌였다. 두 회사가 두께가 얇은 디자인을 경쟁적으로 구현해내면서 12㎜대였던 스마트폰 두께는 8㎜대까지 줄었다. 그러나 화웨이가 6㎜대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스마트폰 고화소 전면 카메라도 중국 업체들의 작품이다.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면 카메라에 300만 화소 이상 제품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 전면 카메라 성능이 좋아져도 제한된 데이터 전송 속도 탓에 영상통화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셀프 카메라 현상에 주목하고 500만·800만 화소 제품을 전면에 채택했다.

중국 오포(OPPO)가 500만 화소 전면카메라를 장착한 신제품을 선보인 이후 지난해 화웨이, 샤오미, BBK 등 제조사들의 500만 화소 전면카메라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러시가 이어졌다. 최근 중국 화웨이는 800만 화소 전면카메라를 탑재한 신제품까지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내년 출시될 프리미엄 모델에 500만 화소 카메라를 채택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은 내수 시장에서 자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혁신에 더욱 적극적”이라며 “아직도 중국 업체를 카피캣으로 과소평가하고 있다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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