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돈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해외 제조라인 신설과 글로벌 마케팅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샤오미가 최근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한 펀딩라운드에 착수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샤오미가 기대하는 평가액은 400억~500억달러다. 우리 돈 50조원이 넘는 액수다. 작년 8월 벨류에이션 라운드에서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100억달러였다. 1년여 만에 몸값이 4~5배 수식 상승한 셈이다.
이번 라운드의 유력한 신규 투자자로는 러시아계 큰 손인 DST시스템즈가 거론된다. 샤오미에는 싱가포르 국영투자사인 테마섹 홀딩스를 비롯해 치밍 벤처 파트너스, 퀄컴 벤처스, IDG 캐피탈, 모닝사이트 벤처 캐피탈 등이 초기 투자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샤오미는 벨류에이션을 최대한 높게 책정받아, 최고의 조건에서 실투자액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마련된 투자금은 인도 등 해외 제조공장 신축과 신흥 시장 공략에 주로 쓰일 전망이다.
◆뉴스해설
“샤오미의 가치는 이미 우버나 스냅챗을 능가한다.”
페이스북 투자로 ‘황금손’ 대열에 오른 DST시스템즈 관계자가 한 말이다. 실제로 최근 펀딩 라운드에서 각각 170억달러와 100억달러로 평가된 우버와 스냅챗은 물론, 소니(시가총액 210억달러)나 레노버(160억달러)도 시장에서 샤오미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
포브스지는 지난달 31일자에서 “샤오미는 최소 400억달러의 가치 평가는 낙관한다”고 밝혔다.
샤오미의 자신감은 실적에서 나온다. 지난 3분기에만 173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면서 세계 3위 자리는 일단 굳혔다. 내년에는 사상 최초로 휴대단말기 1억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급성장에는 그만큼 많은 자금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달 샤오미는 대규모 차입에 나서, 도이체방크와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로부터 10억달러를 3년 만기 조건으로 빌렸다.
이번 펀딩라운드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3년 전 벨류에이션에서 10억달러의 평가 성적표로 9000만달러를 유치했던 샤오미다. 이번 라운드에서 예상대로만 평가받는다해도, 산술적으로 40억~50억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다.
자금 유치에는 일단 별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심은 용처다. 자국 시장은 평정했다고 판단한 샤오미는 현재 인도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첫 출시한데 이어, 현지 생산까지 검토 중이다.
여기에 더해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 진출도 모색 중에 있어, 유치 자금의 상당액이 여기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상장이다. 작년 9월 레이쥔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내 상장은 없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새 상황이 급변했다. 이번 펀딩의 성공 여부에 따라 상장 일정도 상당 기간 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