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과 행장의 동반 사태를 초래한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사업이 IBM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달 31일 마감된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사업에 한국IBM만 참여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한국IBM은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제안했으며, 메인프레임과 함께 검토 대상 기종에 오른 유닉스 시스템을 제안한 기업은 없었다. SK C&C가 마감 직전까지 유닉스 제안을 검토했지만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경쟁 입찰은 무산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3일 재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시 입찰을 추진해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KB국민은행을 둘러싼 여건들이 메인프레임, 즉 IBM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IBM은 1500억원 수준으로 메인프레임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닉스 시스템보다 낮은 금액이다. KB국민은행은 기존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전환(다운사이징)하는 사업 예산을 1900억~2000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2015년 7월 이후 한국IBM에 지불해야 하는 메인프레임 연장 사용료도 KB국민은행이 유닉스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닉스 전환에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 KB국민은행이 매월 80억~90억원에 달하는 연장 사용료를 부담하면서 유닉스 시스템을 선택할지 회의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업에 대한 부담도 유닉스 진영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이번 주전산기 문제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동반 퇴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한 시스템통합업체 관계자는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KB국민은행이 파격적 제안을 하지 않는 한 유닉스 진영이 다시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