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미디어 공명 읽기]<37>어라운드 뷰

조감도. 말 그대로 마치 새가 된 것처럼 공중에서 바라보는 관점에서 그려진 도면이나 지도를 말한다. 우리가 새처럼 날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으로 그려낼 수밖에 없지만, 자의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정밀하게 공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구도를 만들어낸다. 서구에서 르네상스 시대에 개발된 원근법 또는 투시도법(perspective)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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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이 개발한 어라운드 뷰의 원리

원근법이란 특정한 관점(point of view)에서 사물을 볼 때 가까운 것은 크게, 먼 것은 작게 그리는 것을 말한다. 조감도 또한 새가 위치한다고 생각되는 공중의 특정 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고 그곳과의 거리에 비례해 사물을 그려내게 되는 것이다.

조감도를 보는 사람은 상상으로 자신이 새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는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이벤트를 보는 것과 같다. 관객이나 독자의 상상력에 힘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동일시의 기술적 장치들인데, 영화는 주관적 카메라를 통해 특정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대상을 보도록 유인한다. 항공사진은 수학적 상상력에 의존하던 ‘새의 관점’을 명실상부하게 인간에게 부여했다. 빙(Bing)이나 네이버 지도 서비스가 제공하는 항공뷰는 이의 전형적인 보기다.

컴퓨터 그래픽은 새의 관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의 관점’을 구현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위치에서든 사물을 그려낸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영화는 하늘로 발사되는 로켓의 바로 위에서 로켓을 보여주거나(아폴로 13) 하늘 위에서 산맥 줄기를 따라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반지의 제왕).

그러나 문제는 도면, 회화, 영화를 보는 사람이 흔들림 없이 다른 관점을 계속 유지하기란 어려워서 간단없이 자신의 관점으로 되돌아오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질적 한계인지도 모른다.

최근의 테크놀로지는 이런 인간의 한계에 또 다시 도전한다. 이의 핵심은 인지적, 상상적 차원에서만 관점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관여시킨다는 데에 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자동차에 구현된 어라운드 뷰(Around View)다. 일본 닛산 자동차가 개발한 어라운드 뷰는 주차를 하거나 저속으로 운전할 때 자동차 바로 위에서 자동차를 내려다본 모습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자동차 네 곳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각각의 카메라를 통해서 촬영한 이미지 신호를 컴퓨터가 합성해 ‘조감도’를 연산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기존의 관점과 어떻게 다른가? 몸을 관여시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뒤돌아보는 관점을 제공하는 후방 카메라와 달리 새나 신의 관점을 가진다는 것보다 더 주목할 점은 운전자가 이 조감도를 보면서 주차와 같은 운전 조작을 한다는 것이다. 즉 어라운드 뷰는 지각의 관점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면서 조작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관점이 ‘체화’된다. 이는 상상력에 의한 관점 전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

이른바 ‘관점과 조작의 결합’! 인간은 멀리 떨어진 것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보며 조작을 하고자 한다. 화상 탐사선, 해저나 방사선 오염 지역의 로봇, 전쟁 로봇은 눈으로 보며 손으로 조작하고자 하는 인간 욕망의 구현물들이다. 어라운드 뷰를 통해 눈과 손의 원초적인 연계가 회복된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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