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형 히든챔피언 제대로 키운다...개념·선정 기준 새로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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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를 반영한 ‘한국형 히든 챔피언’ 기준을 정립하고 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나선다.

정부는 30일 ‘제35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히든 챔피언 육성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뒀다. 과거 기업 규모에 기초한 ‘중소-중견-대기업’이라는 기업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질적 지표를 추가했다.

정부는 그동안 기준이 모호했던 한국형 히든 챔피언의 개념과 기준을 새롭게 정립했다.

한국형 히든 챔피언은 세계 시장을 지배하면서 연구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특징으로 하는 성장 기반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으로 개념을 잡았다.

선정 기준은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 △3년 평균 매출 100억원 이상의 중소·중견 기업 △3년 평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 2% 이상 △3년 평균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 20% 이상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 업종 평균 이상 △국내 특정 대기업 납품 비중 50% 미만 등 총 6개 기준으로 정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아모텍, 와이어리스, 이오테크닉스 등 63개 기업이 히든 챔피언에 포함 된다.

국내 히든 챔피언 관련 정책을 총괄할 민·관 합동의 컨트롤타워도 구성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등 6개 정부 부처와 수출입은행 등 7개 유관기관, 민간 협·단체가 참여하는 ‘히든 챔피언 육성·지원 협의체’를 구성한다.

히든 챔피언 후보기업 지원 체계도 정비된다.

중기청의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과 ‘월드클래스 300 육성사업’, 산업부의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사업’을 ‘한국형 히든 챔피언 육성사업’으로 통합해 정책 효과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개별 운영되던 각 사업을 글로벌 역량에 따라 2단계로 재편하고 1단계 사업에서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2단계도 연계해 지원하도록 쿼터 제도로 신설한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독일 경영학자인 헤르만 지몬이 제시한 히든 챔피언의 기준이 지나친 단순화와 일반화로 실질적 측정이 곤란한 점에 착안해 한국 경제 특수성에 맞게 개선했다”며 “63개로 추정되는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2017년까지 100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대책은 한국형 환경에 맞는 히든챔피언 육성책으로 ‘제2의 모뉴엘’ 같은 사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데 방점이 있다. 한국 환경에 지원책을 맞추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환영할만한 대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될성 싶은 기업을 제대로 가려내는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돼 다행스럽다”며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제조업 혁신과 산학연 협력체계를 만들어 기업 생태계의 체질을 바꾸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히든챔피언으로 글로벌 시장의 귀감이 됐던 독일 히든챔피언의 경쟁력은 사실 200여년의 산업화 역사를 통해 축적된 경영혁신과 숙련된 인력, 유기적인 산학연 협동체제,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 등이 상승 작용한 지속적인 혁신의 산물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반세기 동안 정부 주도의 산업화로 압축 성장해 중소·중견기업 내부에 축적된 핵심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세계일류상품기업(326개)과 외감 기업 공시정보(6만9000개)를 바탕으로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준을 적용하면 해당 기업은 63개로 집계된다. 독일과 비교하면 경제 규모 격차를 감안해도 20배 이상 차이난다. 이들 업체도 매출, 고용, 업력 등 양적 지표는 상대적으로 독일 강소기업보다 취약하다.

정부, 한국형 히든챔피언 제대로 키운다...개념·선정 기준 새로 마련
정부, 한국형 히든챔피언 제대로 키운다...개념·선정 기준 새로 마련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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