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IT 화두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부상하고 있다. 이미 주요 업체들은 기술개발 단계를 지나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등 기기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과거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던 이들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가상현실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술과 비용의 한계를 뛰어넘은 가상현실
가상현실은 흔히 알고 있는 가상을 구현하는 가상현실과 넓은 의미로는 증강현실(Reality Augmented) 및 증강가상(Augmented Virtuality)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최근에는 기존 PC나 스마트폰이 디스플레이로 구현하던 가상세계를 넘어 더 입체적인 공간을 구현해 시각, 청각 등 인간의 오감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진화하고 있다.
가상현실의 구현은 1960년대부터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며 지속적으로 시도돼 왔다. 과거에는 스크린에 가상세계를 구현해 놓은 세컨드라이프 등의 서비스가 주목 받기도 했다.
최근 각광받는 HMD를 이용한 가상현실 기술은 기존 기술과 높은 비용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대중화 되고 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강력한 컴퓨팅 성능, 3차원(D) 센서 기술 등의 비약적인 발전은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수준의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가상현실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
가상현실 시장의 최전선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업체는 오큘러스VR이다. 회사는 지난 2012년 8월 HMD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버전으로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등장한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한 달만에 회사가 처음 목표로 잡았던 금액의 10배인 240만달러(약 24억원)를 모금했다.
지난 3월에는 페이스북에 20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됐다. 페이스북에 인수된 이후에도 별도의 회사로 계속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오큘러스VR는 지난 9월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최신형 HMD ‘크레센트 베이(Crescent Bay)’ 시제품을 공개했다. 기존 제품보다 센서 성능이 향상되며 어지러움증이 덜해졌고 360도 음향을 지원하는 헤드폰으로 더 깊은 몰입감을 준다는 평가를받았다.
오큘러스VR의 성공 이후 다른 IT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뷰직스 등 가상현실 스타트업들도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글, 삼성전자, 소니, 엡손 등 대기업 역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최근 웨어러블 기기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매직리프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아직 실제 기술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가상현실 구현 기술과는 또 달리 3D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자사 웨어러블 기기 구글글라스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최신형 스마트폰 노트4를 출시하며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 HMD 액세서리 기어VR를 선보였다. 노트4의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연동돼 가격을 199달러로 현실적인 가격으로 맞췄다. 기어VR는 오큘러스VR와의 제휴를 통해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오큘러스VR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향후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첫 날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가상현실 제품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가상현실의 미래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 확보되는 동시에 가격대도 낮아지며 제품화되기 시작한 가상현실 기술은 향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하드웨어 업체뿐 아니라 게임 등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상현실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가상현실이 대중화되면 높은 몰입감으로 인해 중독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독과점 현상도 예상된다. 선두 업체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다. PC와 모바일에서 나타나듯 윈도, 안드로이드 등의 강력한 플랫폼 지배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
한편, 가상현실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과거 세컨드라이프 등이 그랬듯 틈새시장으로 반짝 성공을 거두고 빛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IT업체들의 속도를 대중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가상현실이 향후 몇 년 내 시장에 정착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IT 업체 가상현실 사업 추진 현황
(자료:외신 취합)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