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수혜 “제 값 주고 살 거면 아이폰”
아이폰6 열풍이 심상치 않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으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소수 애플 마니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용자층이 아이폰6 출시 바람을 타고 다수로 확산될 기세다. 지난 2009년 11월 국내에 스마트폰 쇼크를 안기며 상륙한 이후 매년 시장점유율을 잃어가던 애플이 아이폰6 출시를 계기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참여로 경쟁 ‘후끈’
가장 먼저 3위 이동통신 사업자의 경쟁 참여를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애플과 인연이 없었던 LG유플러스가 아이폰6를 출시하며 시장에 불을 질렀다.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아이폰 출고가를 공개하는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아이폰6(16G 기준)를 70만원대에 판매할 예정이다. 당초 예상한 80만대를 밑도는 수준으로, 애플코리아가 공개한 아이폰6(16G) 언락폰 가격은 85만원이다. LG유플러스는 중고폰 선 보상 서비스 ‘제로클럽’으로 한 발 더 나갔다. SK텔레콤이나 KT 아이폰5 사용자가 LG유플러스로 옮길 경우 기존 기기 반납을 조건으로 20만원, 단말기 지원금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18개월이 지난 뒤 아이폰6를 반납하는 조건을 더하면 추가로 20만원을 할인 받는다. 제로클럽을 이용하면 10만원 내외 비용으로 아이폰6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이같은 공격적 행보는 사용자 관심으로 이어졌다. 지난 24일 시작된 예약판매에서 선전하고 있다. 아이폰6 예약판매 개시 20분 만에 2만명의 예약자가 LG유플러스에 몰렸다.
가장 먼저 출고가를 밝힌 LG유플러스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아직 출고가를 공개하지 않은 SK텔레콤과 KT가 부담을 안게 됐다. 양사 역시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고가를 책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관계자는 “아이폰6 출고가를 70만원선으로 책정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를 지키기 위한 요금제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처음으로 아이폰을 선보이는 만큼 새로운 고객층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LG유플러스가 먼저 치고 나간 만큼 경쟁사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수혜 “제 값 주고 살 거면 아이폰”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이 크게 줄어든 것도 아이폰6 인기 요인이다. 그동안 출고가는 비슷하지만 보조금 차이로 구매가가 크게 벌어지면서 아이폰이 아닌 국내 제조사 프리미엄폰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애플이 제조사 장려금을 실지 않는 반면 국내 제조사는 장려금으로 구매가를 낮추며 사용자를 확보해 왔다.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이 동등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국내 제조사 프리미엄폰과 가격 차이가 사라지면서 ‘제 값 주고 살 거면 아이폰’이란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아이폰을 단순 ‘고가폰’이 아닌 ‘명품폰’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단통법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일부 소비자 불만이 국내 제조사로 향하면서 외국 브랜드를 찾는 움직임도 목격된다. 실제 스마트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비자를 호갱으로 만드는 국내 제조사 제품은 사지 않겠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단통법 상황에서 중고폰 인기가 급증하는 것도 한 이유다. 출시 1년도 안 돼 중고시장에서 몸값이 곤두박질치는 국산폰과 달리 아이폰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아이폰 가격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 프리미엄폰 대비 많게는 2배 이상 비싸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아이폰5S(16G) 중고폰 가격은 60만원을 호가한다. 일정 기간 아이폰을 쓴 후 제 값 받고 처분한 후 다시 새 단말기를 사려는 수요가 아이폰6로 향한다.
◇5.5인치 대화면
큰 화면을 좋아하는 국내 사용자 특성과 맞는 아이폰6 플러스도 새로운 변수다. 생전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고집한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버리고 애플이 처음으로 선보인 5.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이다.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와 겹쳐 애플 전체로는 크게 이익이 안 될 거라는 분석도 있지만 국내는 태블릿PC 수요가 크지 않다. 그동안 4인치대의 작은 화면이 싫어서 아이폰을 외면한 사용자가 적지 않은 국내 상황이다. 아이폰6 플러스가 갤럭시노트 시리즈로 대표되는 국내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일정 부분 흡수할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화면 아이폰6 플러스에 대한 사용자 관심이 적지 않다”며 “아이폰6 플러스가 상당수 사용자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