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미래는 사이버 문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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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일변도의 인터넷 정책으로 급성장한 우리나라 사이버 사회는 발전만큼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연예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악성 댓글,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사이버 왕따라고 느끼는 등 인터넷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으로 삶은 황폐해져가고, 게임 중독은 비만과 정신적 피해를 양산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란 동영상과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인터넷 문화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제 발전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문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 사이버문화정책은 무력해졌다. 1990년대부터 우리 정부는 정보문화센터를 설립하고 디지털격차 해소, 인터넷 중독 예방, 장애인 정보화 촉진 등 사이버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이버문화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2007년 이명박정부는 산하기관 통폐합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을 한국정보화진흥원(NIA)으로 합병했고 그 기능은 점차 약화됐다. 전자정부와 국가정보화가 주력 사업인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발전방향과 ROI를 우선시하는 정부의 정책에 밀려 사이버문화는 뒷전에 나앉아 있다. 지역별, 세대별, 소득별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건전한 사이버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투입된 예산은 반토막이 나고 인력도 대폭 축소됐다.

실제로 인터넷 질서를 유지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문화 운동이 필요한 지금은 사이버문화 운동 움직임이 지나치게 미미하다. 정부의 구색 맞추기 행사와 홍보 문구만 가끔씩 귓전을 울릴 뿐이다. 더불어 민간의 사이버문화 운동도 함께 표류하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이버문화는 건강한 미래 사회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자산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팔을 걷고 사이버문화운동에 힘써야 한다. 우선적으로 사이버문화를 전담하는 기관을 부활해야 한다. 단순한 부활이 아니라 과거 기능과 함께 새로운 인터넷 질서를 선도하기 위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이버 청소년 선도 사업, 취약 계층을 위한 사이버 봉사, 인터넷 중독 예방과 건전한 인터넷 이용 등 산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만일 정부가 눈앞의 실적과 숫자에 눈이 어두워 미래를 준비하는 사이버문화 운동을 게을리 한다면 이는 사이버 재난을 초래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갖고 올 것이다.

물론 사이버문화 운동은 정부의 책무만은 아니다. 정부가 앞장서고 인터넷으로 성공한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 산발적으로 기업 이해와 관련된 움직임이 정부의 주도하에 총체적으로 전개될 때 바람직한 사이버 세계 건설이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이버 세상이 유지될 때, ICT산업과 기업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게임 중독 문제가 해결될 때 게임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의 미디어를 매개로 이루어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건전한 문화와 함께 발전되어야 미래가 담보된다. 물고기가 더러운 물에서는 숨쉬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사이버문화운동의 완성은 국민 개개인이 참여할 때 가능하다. 서로를 향한 배려와 상생의 문화속에서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밝은 미래를 담보할 것이라 믿는다. 특히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사이버환경에서 문화운동은 선수가 함께 달리는 이인삼각 달리기 경기와 같이 배려를 기초로 가능하다.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인터넷 질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건강한 사이버문화 창달에 정부가 앞장서고, 기업과 국민이 동참해 미래의 사이버 대한민국에서는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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