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에 한국형 전력선통신(PLC)만을 고수해온 한국전력이 글로벌 수준의 다양한 유무선 통신 방식을 채택한다. 성능 저하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국책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SG(스마트그리드)·ESS처 내 솔루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다음달부터 LTE 등 유무선 방식의 AMI용 통신기술 검증사업을 실시한다. 사업은 앞으로 6개월간 한국형 고속 PLC 성능 저하로 양방향 통신 검침이 어려웠던 지중(땅 속)과 농어촌 등 통신 음영지역 3만70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한전은 사업을 통해 최적화된 통신 방식을 정한 후 내년 200만가구 AMI 구축사업부터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사실상 올해 사업까지만 한국형 PLC로 채워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전이 오는 2020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2194만 가구에 구축하는 AMI용 통신 방식의 약 30%는 한국형 PLC가 아닌 검증된 글로벌 통신 방식이 채택될 전망이다.
한전은 해외에서 가장 널리 사용 중인 국제 표준의 G3와 프라임(PRIME) 등을 기반으로 검증에 나선다. 글로벌 현장에 적용된 만큼 AMI 통신 검침 완성도는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기술 검증은 A·B·C 구간으로 나눠 진행한다. A타입은 가공 변압기와 가공·지중인입이 혼합된 지역이며 B타입은 가공 변압기와 지중인입 구간, C타입은 지중 변압기와 지중인입 구간이다. 농어촌 등 인입선 길이가 먼 가공 구간은 LTE와 지그비 방식으로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형 고속 PLC는 지중 구간에서 가전기기, 동력설비, 조명설비 등에서 발생한 통신간섭에 따른 신호 감쇄로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한국형 고속 PLC는 지중 구간에서는 50% 이하의 검침 성공률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외 기술표준과 범용성을 고려해 기술검증 대상 통신 방식을 선정해 내년도 국책 사업부터 이를 반영할 것”이라며 “한국형 PLC 이외 지중·농어촌 지역 등은 글로벌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다양한 유무선 통신 방식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전 AMI 구축사업은 지난 2010년 시작됐지만 한국형 PLC의 상호 운용성 미흡 등 기술 부족과 특정 업체 간 특허권 분쟁으로 4년간 지연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중 환경에서 한국형 PLC 통신 성능 저하 현상이 발생하면서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한전의 AMI용 통신방식 채택 계획 안>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