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진출은 국내 금융산업 전반의 ‘모바일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비상한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구글, 애플, 알리바바 등 새롭게 모바일 금융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해외 공룡기업들과의 일전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송금과 결제 서비스로 금융 플랫폼을 확보하면서 충성도 있는 스마트폰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보신주의에 빠졌다는 비난을 들어온 금융업계도 삼성발 ‘금융+IT 혁명’으로 적잖은 판도변화가 예고됐다.
금융권에서 삼성전자는 비금융 제조사라는 말을 들어왔다. 해외에서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 등 굴지의 IT 공룡들이 금융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기반의 하드웨어 제조에만 몰입하면서 보유한 회사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현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참여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에서 글로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전자금융시장에서도 특유의 성공 DNA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됐다.
삼성전자는 ‘월렛’이라는 반쪽 플랫폼에 나머지 반쪽을 금융서비스로 채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1년간 삼성 월렛은 말 그대로 휴대폰을 좀더 많이 팔기 위한 부가서비스 정도로 인식됐다. 전자지갑이라고 불리지만 쿠폰과 적립 서비스 등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6개 카드사의 앱카드를 연동하고 오는 30일에는 대형 은행과 공동으로 고객 최접점 서비스로 불리는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금융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셈이다. 여기에 전문적인 국내 핀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결제 사업자 ‘옐로페이’를 삼성과 동등한 사업자로 끌어들이면서 전자금융 비즈니스에서 보다 탄탄한 이음새를 만들었다.
국내 IT발 금융 빅뱅이 삼성 DNA를 만나 금융시장 지축을 흔들기 시작한 셈이다. 단독 사업보다는 이종 사업자와의 합종연횡을 이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인터파크가 지분을 투자한 옐로페이 서비스를 그대로 연동했다는 점과 시중 카드사와 은행을 경쟁자가 아닌 협력 사업자로 끌어들인 점도 기존 삼성전자 비즈니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금융시장 진출은 복선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핀테크 결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해외 공룡 사업자와 경쟁이 가능한 금융 제조사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핀테크 기업과의 상생모델을 구현했다는 것과 IT·금융 융합의 기저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핀테크 기업의 날개를 붙여 전자금융사업에 성공한다면 시중 금융권은 물론이고 대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와 금융, 핀테크의 융합은 국내 전자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실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인프라 확보다. 지불결제 관련 서비스를 선보인다 해도 고객 유인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온라인, 오프라인 가맹점 확보와 편의성, 보안성을 확보한 삼성만의 금융 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금융시장 진입은 국내 IT와 금융서비스를 융합하는 모바일 빅뱅을 몰고 올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가 금융서비스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협업 시스템 구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가 성공을 가늠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