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당장 코앞의 시장에만 급급해 보입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리튬이온 배터리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배터리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ESS의 아버지로 불리는 임레 국(Imre Gyuk) 미국 에너지성(DOE) 에너지 프로그램 본부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전자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국내 ESS산업에 대해 느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LG화학·코캄·포스코 등과 정부 사업을 추진한 경험과 이번 국내 산업현장 시찰을 통해 장기적인 안목을 주문했다.
국 본부장은 ESS가 처음 도입될 당시부터 국책 사업과 관련 R&D과제를 총괄해온 정부 책임자다. 지금까지 총괄한 ESS사업 규모만 1GW가 훨씬 넘는다. 세계적으로 가장 풍부한 경험을 소유한 인물로 평가된다.
국 본부장은 지난주 열린 ‘2014 스마트그리드위크’에 기조 연설자로 참석해 제주도를 찾아 국내 ESS 구축 현장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방문했다. 그는 “한국은 특히 풍력 발전에 유리한 자연적 조건을 갖췄고 전력판매회사가 독점이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정책 실현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ESS산업 역시 단순히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연계형이나 전력 주파수조정(FR)용 등으로 시장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 본부장은 “ESS는 전력제어 기술이 용도나 현장 환경에 따라 성장하면서 다양한 배터리 기술을 요구하는 미래형 에너지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일부 대기업 배터리 방식만 고집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만 고집할 경우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스스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 ESS시장 정책은 ESS의 안정적인 전력 출력 등 성능에 따라 리튬이온뿐 아니라 플로 배터리와 기계적 배터리로 불리는 플라이휠 배터리, 소듐설퍼전지(Sodium Sulphur Battery) 등을 적용해 최적화된 산업모델 만들기에 한창이다.
국 본부장은 “DOE는 기술별 경쟁을 통해 더 안전하고 저렴한 기술을 적용하는 데 집중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저장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며 “배터리 유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산업화에 적합한 모델을 만드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해외 시장 도전도 강조했다. 제한적인 국내 시장을 이른 시일 내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 본부장은 “미국만 해도 다양한 ESS 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배터리뿐 아니라 PCS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