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는 내년 큰 경사를 앞두고 있다. 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FIDIC) 차기 회장 신분인 이재완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이 내년 9월 FIDIC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100년 역사를 지닌 FIDIC에서 첫 아시아 출신 회장이다.
#2. 국내 엔지니어링 수주액의 최근 5년간 연 평균 성장률은 -7.7%로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엔지니어링 기업 10곳 중 9곳은 수주액이 5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해 수주액이 1억원 이하인 곳도 20%에 달했다.
고부가가치 두뇌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의 엇갈린 모습이다. 엔지니어링이 사회간접자본(SOC)·플랜트 프로젝트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핵심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업계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엔지니어링 산업이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은 신성장 동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업계 스스로의 발전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이관섭 차관과 이재완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 파블로 부에노 FIDIC 회장 등 국내외 관계자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4 엔지니어링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 미래를 열어가는 엔지니어링!’이라는 주제 아래 열린 이날 행사의 지향점 역시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글로벌화였다. 이 회장은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발전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원천기술 확보, 글로벌 전문 인력 양성, 불공정한 규제·관행 해소 등을 당면 과제로 꼽았다.
엔지니어링은 단순 생산이 아닌 기획·설계 능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해외에서는 모든 프로젝트에서 엔지니어링을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보고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부에노 FIDIC 회장은 “모든 프로세스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기 위해 엔지니어링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전체 프로젝트 비용 중 엔지니어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수익과 부가가치를 책임지는 측면에서는 엔지니어링의 영향력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엔지니어링을 프로젝트 구성 단계 중 하위 영역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경기 침체 여파까지 겹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분 없이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기업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수년째 글로벌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아직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1%대 수준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산업이 지닌 중요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발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신 산업부 창의산업정책과장은 “언제까지 중국 등과 치열한 가격경쟁이 불가피한 특정 산업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엔지니어링처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두뇌산업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엔지니어링 업계 스스로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지속적으로 힘을 싣는 분위기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엔지니어링협회는 17일 기념식에서 ‘엔지니어링 산업의 리더, 최상의 고객 서비스 구현’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엔지니어링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 창출과 환경 개선 △해외 진출 기반 조성을 통한 글로벌화 △불만제로 서비스 지향 △창의적 조직 혁신에 힘쓰겠다는 것이 골자다. 마침 우리나라가 차기 FIDIC 회장을 맡은 터라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글로벌화를 추진하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엔지니어링이 창조경제 시대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 기업인 모두가 기술역량 축적 등 체질개선 노력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정부도 고급인재 양성과 전문기업 육성은 물론이고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고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