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특허경영으로 글로벌리더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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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부회장

최근 ‘특허경영’ ‘특허전쟁’ 등의 용어가 산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특허경영과 관련된 책들이 쏟아지고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린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도 매년 말이면 특허경영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특허의 중요성을 업계에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그동안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특허경영이란 무엇이며 어떤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할 것인가.

특허경영도 결국 기업경영의 한 축이다. ‘경쟁력 있는 상품(서비스)으로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벗어날 수 없다. 경쟁력은 대부분 고품질과 가격이 좌우하는데, 이는 결국 기술개발과 직결된다.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시키는 기술을 독점할 수 있다면 경쟁력은 더욱 강해지고 이윤은 절로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명약관화(明若觀火)한 논리에 기업들은 앞다퉈 특허를 확보하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특허를 활용한 경영전략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특허망을 구축해 경쟁자가 진입할 수 없도록 함과 동시에 특허를 통해 연간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고전적 전략 중에는 특허를 경쟁자 퇴출 무기로만 강조한 나머지 자충수(自充手)를 두는 일도 있다. 과거 폴라로이드는 15년간 특허소송 끝에 코닥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시장을 독점했다. 하지만 원료수급 차질과 자만심으로 인해 결국 즉석카메라 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허경영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제휴로 타인의 기술을 도입해 특허를 확보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있다. 경쟁·인접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로 영역을 확장하기도 한다. 과거 LG와 인텔의 포괄적 크로스라이선스가 그러했고, 구글과 삼성 간 공생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중복투자를 피하고 공동개발로 기술을 주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바로 기술표준화, 특허풀 전략이다. 2006년 독일 세빗(CeBIT) 박람회에서 선보여 화제가 됐던 울트라 모바일 PC는 삼성전자, MS, 인텔 등이 연합해 공동 개발한 것이었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는 모바일 기기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합전략은 언제든지 대체기술이 등장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자주 등장한다. 과거 VCR와 관련, 소니가 개발한 ‘베타맥스’ 방식이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지만 후발 다수주자들이 경쟁기술을 채택함으로써 사장됐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시장 주도 업체들이 따르지 않는다면 상업화에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구글이 운용체계(OS) 공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형성해 아이폰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이러한 ‘공유’와 ‘개방’ 전략이 전파돼 테슬라는 전기차 관련 특허를 오픈해 자동차 시장에 혁신을 불어넣었다. 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가 실천한 중소·중견기업에 특허를 무료로 양도하는 ‘특허 나눔’도 이러한 상생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테슬라의 특허공개는 비단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산업을 넘어 전 제조업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른바 확산효과(Spill-over Effect)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이 이윤추구뿐 아니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묘수(妙手)가 아닐까 싶다.

소모적인 특허전쟁보다는 내가 개발한 기술이 씨앗이 되고 그것이 자라 확산돼 시장을 키우는 상생의 특허경영으로 글로벌 리더가 되는 우리 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namis@gok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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