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툴 지원사업 예산이 약 25% 줄어든다. 4년 전 100억원에 달했던 예산이 그동안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SW-SoC융합R&BD센터가 수행하는 EDA 툴 지원사업이 올해 48억800만원에서 내년 35억원 규모로 줄어든다. 약 25% 적어진 셈이다. 지난 2012년 96억원 규모였으나 2013년 62억2000만원, 2014년 48억800만원으로 매년 30%가량 줄었다. 내년 사업 예산도 이 기조를 피하지 못했다.
EDA 툴 지원사업은 시스템반도체 산업 기반 조성사업 일환으로 ETRI가 지난 18년간 운영했다. 일반적으로 정부 지원사업은 5년 단위지만 국내 팹리스 기업 육성과 시스템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이례적으로 약 18년간 유지했다.
이 지원사업을 이용하면 중소 팹리스 기업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EDA 툴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중소 규모가 대부분인 팹리스 기업 입장에서 수천만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어 오랫동안 환영받았다. 지원사업을 거치면 고가의 EDA 툴을 수백만원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실질적인 기업 지원 효과가 있지만 정부는 단순히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 방식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국내 팹리스 역사가 15년 이상 됐으니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팹리스 기업은 예산 축소에 난색이다. 올해 지원사업에 부담하는 비용이 2~3배 올라 부담이 늘었는데 내년 예산이 줄면 추가적인 비용 상승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한 팹리스 기업 관계자는 “올해 비용이 늘어 부담이 컸는데 해당 사업이 더 줄거나 아예 없어지면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지원사업을 이용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이 EDA 기업과 직접 계약을 해야 하는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여서 부담이 너무 큰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정부는 팹리스 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지원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8년간 지속해온 사업이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조한진 ETRI SW-SoC융합R&BD센터장은 “수요 기업·정부와 논의해 내년 중 새로운 지원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국내 팹리스가 반도체 업황과 대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체질을 개선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