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됐다. 처음 단통법이 나온 이유는 휴대전화 지원금을 차별 없이 지급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전반적으로 높아진 단말기 가격 때문에 소비자의 원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지금의 단통법을 보고 있노라면 이득을 취하려는 기업 논리만 있을 뿐 소비자를 위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이미 생활필수품이다. 그렇기에 고장이나 분실 등이 발생하면 다시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일부 소비자는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버즈는 낮은 몸값과 준수한 성능을 지닌 스마트폰을 찾아봤다.
이버즈 김태우 기자 (tk@ebuzz.co.kr)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단통법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법이다. 1년 가까이 국회에 표류하던 해당 법은 올 5월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단통법에 거는 기대는 컸다.
국내 휴대전화 유통은 이동통신 3사가 맡고 있다. 알뜰폰이라는 이름으로 휴대전화가 유통되기는 하지만, 이동통신 3사의 힘은 막대하다. 문제는 이동통신 3사가 형평성 있게 휴대전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도한 보조금을 일부에게만 쏟아 붓다 보니 같은 단말기라도 누구는 80만원에 사고 누구는 10만원에 사는 일이 생겼다. 소비자로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막기 위해 생긴 것이 단통법이다. 이동통신사는 보조금 지급 금액을 투명하게 공시해 어느 매장에서도 똑같은 금액을 소비자에게 지원하도록 만들었다. 현재 이동통신 3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단말기별 지원금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단통법 시행 2주 만에 `전 국민을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들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점이다. 단말기 지원금이 적다 보니 스마트폰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으며, 가격 상승에 단말기 유통시장은 얼어붙고, 폐업하는 휴대전화 대리점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폰6 실구매 금액 한국이 세계서 가장 높다
10월 31일 새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다. 아이폰6 16GB 모델의 출고가는 부가가치세(VAT)를 제외한 금액으로 미국 649달러(약 70만원), 일본 6만7800엔(약 67만원) 수준이다. 국내는 아직 출시 전이라 가격 정책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애플이 매번 전작과 같은 가격을 책정한 점을 고려하면 아이폰5S와 동일한 74만원으로 예상된다. VAT를 더하면 81만4000원이다. 출고가만으로 7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실제 구매 가격은 천지 차이다. 미국은 2년 약정 시 아이폰6 구매 가격이 199달러(약 21만원)밖에 되지 않으며, 일본에서는 신규나 번호이동 시 공짜다. 현재 아이폰5S의 보조금은 16만6000원. 이와 동일한 보조금을 받는다면 아이폰6의 구매 가격은 64만8000원이다.
만약 보조금 상한선이 35만원이고, 이통사가 최고 보조금을 지급하며, 대리점의 15% 추가 지원까지 이뤄진다면 4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단통법 테두리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보조금을 받아도 41만4000원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보조금을 받으려면 10만원대 요금제를 24개월 동안 써야 한다. 소비자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현명한 소비가 필요한 시점
단통법으로 단말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고장이라도 난다면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중고폰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중고폰도 단말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추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든다.
새로 스마트폰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출고가는 낮지만 준수한 성능을 지닌 제품을 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찾아보면 가성비 좋은 제품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소니 엑스페리아 Z3 콤팩트
엑스페리아 Z3 콤팩트는 소니가 하반기에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이다. 국내에서는 자급제폰으로 판매되지만, KT에는 지원금 제품에 이름이 올라가 있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59만9000원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성능은 모자람이 없다.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를 품고 있으며, 207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됐다. 화면크기는 4.6인치며, 해상도는 1280×720을 지원한다. 해상도가 다소 낮아 보이지만 인치당 픽셀 수는 319ppi로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iP68등급의 방진·방수 기능도 갖춰 수심 1.5m에서 30분간 견딜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와 연동되는 PS4 리모트 플레이(PS4 Remote Play)를 사용할 수 있으며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HRA),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일반 음원을 고해상도 품질로 ‘업스케일(upscale)’하는 DSEE HX 기능을 적용했다. 출고가는 59만9000원이다. 국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자급단말기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화웨이 X3
중국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드디어 국내에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를 통해 ‘X3’를 내놓은 것. X3는 ‘아너 6’를 국내용으로 변형한 모델이다.
화면 크기는 5인치로 1920×1080 풀HD 해상도를 지원한다. 여기에 LTE보다 3배 빠른 광대역 LTE-A까지 이용할 수 있다. 후면 카메라는 1300만화소며, 전면 카메라가 500만화소인 것이 눈에 띈다. 배터리 용량은 3000mAh이며, 슈퍼 세이빙 모드 기능을 사용하면 16시간 연속 통화를 할 수 있다고 화웨이는 설명한다. 프로세서는 화웨이에서 직접 개발한 KIRIN 920을 쓴다. 옥타코어로 성능 검증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출고가는 52만8000원으로 매력적이다. LG유플러스는 자사 망을 쓰는 알뜰폰 업체에게도 X3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니 다양한 사업자를 통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모델은 해외 직구를 하는 것이 더 낫다. 아너6가 중국서 지난 7월 출시될 당시 가격은 359.9달러로 약 37만원이다.


원플러스 원
원플러스 원은 국내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갤럭시S5와 비슷한 성능을 지녔음에도 가격은 16GB 모델이 299달러(약 30만원)밖에 하지 않는다. 그런 탓에 갤럭시S5의 반값으로 유명해졌다. 해외 직구로 구매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하드웨어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01을 쓰며, 램은 3GB다. 저장공간은 16GB와 64GB 두 종류가 있다. 64GB는 349달러다. 5.5인치 화면 크기에 풀HD 해상도를 지원한다. 제원만 보면 갤럭시S5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중국폰임에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만듦새도 상당한 수준이다. 일체형 제품으로 꼼꼼하게 마감처리가 돼 있다. 한마디로 국산 제품과 비교해도 부족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
운용체계는 안드로이드인데, 사이아노젠판 안드로이드가 들어가 있다. 파워유저 사이에서 유명한 그 ‘사이아노젠 모드’가 맞다. 안드로이드를 제조사보다 더 잘 튜닝한다는 평을 받는 만큼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순정 느낌이 강하다.


샤오미 MI4
샤오미는 애플 짝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지만, 2014년 2분기 글로벌 판매량 5위에 등극할 만큼 잘나가는 곳이다. MI4 또한 갤럭시S5나 G3와 비슷한 사양을 지녔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의 제품이다. 1999위안으로 33만원가량 한다.
화면 크기는 5인치로 풀HD 해상도를 품었다. 퀄컴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 3GB 램, 전면 800만/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 308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지녔다. 다만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지만 TD-LTE만 지원하는 제품이라 국내에서는 3G로 개통해야 한다. 올 연말에는 국내 LTE를 지원하는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테두리는 메탈 소재를 적용했으며 외형은 무난하다. 아이폰 짝퉁이라는 별칭답게 디자인에서 아이폰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마감도 나쁘지 않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이며, MIUI 사용자 환경을 적용했다. 아쉽게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지원되지 않는다. 샤오미는 자체 스토어를 제공하고 있다.


메이주 MX 4
메이주는 샤오미와 더불어 대륙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기업이다. 샤오미가 자체 커스텀롬 MIUI를 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메이주도 Flyme이라는 자체 커스텀롬을 쓴다. 지금 소개하는 MX 4에는 4.0 버전이 쓰인다.
화면 크기는 5.36인치이며, 해상도는 1920×1152를 적용했다. 소니의 IMX220 센서를 사용한 2070만 화소 카메라를 품고 있다. 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다. 프로세서는 미디어텍 옥타 코어 6595를 쓴다. 메이주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를 도입한 제조사이기도 한데, 엑시노스 5430 수급 문제 때문에 MX 4에는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썼다. 국내 LTE를 지원한다. 배터리 용량은 3080mAh다.
눈길을 끄는 건 가격 정책이다. 샤오미를 많이 의식해서인지 MI4보다 더 낮은 가격인 1799위안으로 출고했다. 29만원 정도다. 물론 국내에 판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외 직구를 해야 하지만,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