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교육청이 스마트교실 구축 사업 예산을 대폭 축소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첨단 전자칠판을 값싼 단초점 빔프로젝트로 변경, 전자칠판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 초 교육부가 스마트교실 구축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중단한 이후에도 세종시는 자체적으로 신설되는 모든 학교를 스마트학급으로 구성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일부 특별실에만 설치했던 첨단 전자칠판을 일반 교실에 확대 적용하면서 전자칠판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사업 예산 축소로 전자칠판 입찰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전자칠판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가 세종시 교육청에 교부했던 스마트교실 구축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환수, 세종시 교육청이 사업계획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는 최근까지 약 2000여개 교실을 스마트교실화 한 데 이어 이달부터 약 240억원을 투입해 나머지 1085개 학급을 첨단 전자칠판과 전자교탁을 갖춘 스마트교실로 구축할 계획이었다. 전자칠판과 전자교탁 구입 예산은 약 100억원 규모로 예상됐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에서 10월에 집행할 예정이던 스마트교실 구축사업 예산을 상당 부분 환수, 사업계획 축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전자칠판은 저가 제품인 단초점 빔프로젝트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돈원 전자칠판협회 회장은 “당초 이달 집행할 예정이었던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전자칠판 조달 시장만 사라지게 됐다”며 “스마트교실에 전자칠판 대신 빔프로젝트를 설치하는 것이 초기 투자비용은 절감할 수 있지만 향후 발생하는 유지보수 비용을 감안하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아쉬워했다.
교육부가 전국 시·도 교육청 교부 예산을 대폭 삭감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도 교육청 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의혹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전자칠판 업계 관계자는 “교육청별로 100억원에서 150억원씩 환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삭감한 예산이 전국적으로 수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 수준이지만 더이상 학교 시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라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교부금을 환수한 것은 아니고 교육청 전체 예산이 줄어들면서 모든 사업을 축소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스마트스쿨 사업을 계속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르면 세종시 교육청은 당초 약 240억원 규모로 계획했던 스마트교실 구축사업을 약 200억원 규모 사업으로 지속한다. 태블릿PC의 경우 실제 사용빈도와 필요수량을 고려해 1인당 1대에서 4인당 1대로 줄였고, 무선 AP 설치 수량도 기존 교실당 1.5대에서 1대로 줄였다. 전자교탁은 반드시 필요한 기능만 넣은 조건으로 가격을 대폭 낮춰 일반 입찰을 진행 중이다. 전자칠판은 지난해까지 구매하던 저가형 단초점 빔프로젝트로 전환했다. 내년에 신설되는 8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교실 구축사업도 지속한다. 이를 위해 최근 80억원 규모 예산을 신청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