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새로운 미래를 열자]<하>낡은 틀을 깨자

엔지니어링은 대표적인 ‘두뇌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가치사슬의 상위 단계에서 기획·설계 프로세스를 통해 전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고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영역이다. 제조업에서 소재가 완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정부가 엔지니어링 산업을 고급 두뇌산업으로 분류하며 육성 방침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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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분야별 엔지니어링 영역>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엔지니어링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해외 선진 엔지니어링 업체는 핵심 기술과 역량을 확보하고, 활발한 전략적 인수합병(M&A)과 제휴로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을 장악했다. 엔지니어링 강국 미국·네덜란드·영국·호주·캐나다 5개국이 고부가가치 영역을 선점한 덕에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은 아직 이에 걸맞은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 포화와 경기 침체 속에 실적은 악화됐고, 불합리한 발주 관행은 엔지니어링 산업의 선진화를 가로막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낮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이 지닌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단순 용역 사업 정도로 여기는 때가 많다.

따라서 과거의 구태의연한 틀을 깨고 엔지니어링을 21세기 창조형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급 두뇌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이 요구된다.

다행히 정부도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업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고급 두뇌산업 육성 정책 발표에 이어 인력양성·해외진출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서울대에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를 구축하고, 독자 설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형 엔지니어링 인재 양성 기반을 마련했다. EDRC는 12개 대학과 15개 대표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인력 양성 시스템이다. 이어 7월에는 연세대와 중앙대가 ‘엔지니어링 특성화대학원’으로 신규 선정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해외 사업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해외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와 수주 교섭 등을 지원하고 있다.

김치동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부회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여러 기술을 융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엔지니어링입니다. 융·복합 산업이라는 넓은 시각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김치동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부회장은 엔지니어링이 창조경제 시대의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엔지니어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창조 활동”이라며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에서 부각되고 있는 ‘소프트파워’의 핵심 동인 중 하나가 엔지니어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을 특정 영역에 국한된 산업, 심지어는 가치사슬에서 하청산업 정도로 여기는 국내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부회장은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한 인식이 용역 수준에 머무는 것은 큰 문제”라며 “엔지니어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중소 엔지니어링 기업이 혁신과 글로벌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기업·유관기관이 공론의 장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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