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특허출원 수가 10년 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모바일 뱅킹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스마트금융3.0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작 은행의 특허경쟁력은 바닥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은행이 글로벌 특허괴물(NPE)의 새 먹잇감으로 부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신문과 특허정보검색 전문기업 윕스가 최근 10년간(2005년~2014년 9월 기준) 국내 은행의 특허 출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국내 은행권에서 출원한 특허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은행권 특허출원 수는 2005년 19건에서 2006년 147건, 2007년 394건, 2008년 352건으로 급증했다. 오프라인 기반의 온라인 뱅킹 이용자가 늘면서 이에 따른 특허출원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는 출원 수는 각각 147건, 102건으로 반토막 났고, 2012년에는 잠시 311건으로 회복했다가 2013년 22건, 2014년 2건을 기록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고객정보 유출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지배구조 리스크 등이 불거지면서 특허 경쟁력 확보에 은행권이 손을 놓은 것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이미 해외에서는 금융권 대상의 특허분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ICT를 접목한 신금융 비즈니스가 본격 출현한 것도 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조사와 유통사, 통신사 등 비금융사들이 금융시장에 대거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권도 없고, 분쟁에 대응할 체계도 갖추지 않는다면 특허소송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한 은행이 상품을 개발하면 경쟁사들이 모방, 재모방을 하더라도 묵인하고 있는 구조”라며 “최근 들어 특허침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상을 준비 중인 해외 NPE들이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IT 기반 전자금융 특허소송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에 따르면 전자금융 관련 특허 소송은 2002년 42건에서 2013년 248건으로 약 여섯 배 증가했다. 여기에 핀테크(Fintech)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전통 은행과의 특허분쟁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의 특허경쟁력을 높이려면 철저한 보상체계 도입과 보수적인 조직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 특허담당자는 “은행은 IT기업과 달리 특허를 관리하는 전담조직이 없고, 특허를 출원해도 보상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지식재산권 인식을 높이고 임직원들의 특허권을 인정하는 형태로 조직개편과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0년간 은행 출원특허 현황 (단위:건) 출처:전자신문-윕스 공동조사>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