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이끌 한국의 메이커스]이지선 숙명여대 교수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의 ‘만들기’는 교육과 나눔으로 요약된다. 이 교수는 2007년 미국 메이커페어에 참가한 뒤 한국에 돌아와 ‘테크 DIY’ ‘코드 포 키즈’ 등 다양한 기술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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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메이커의 길로 들어선 것은 우연한 계기다. 2007년 미국 유학 시절 동료들 손에 이끌려 DIY 대회 메이커페어에 처음 참가했다. 케익에 초를 꽂으면 조명과 스피커가 작동하는 ‘인터랙티브 케익’을 출품해 호평을 받은 이래 지금까지 각종 행사를 쫓아다닌다.

인터랙티브 케익 아이디어는 한국에 두고 온 딸에게 얻었다. 혼자 생일 케익에 초를 꽂고 노래를 부르다 엎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기술을 접목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그의 활동에 딸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 교수는 “딸이 있다 보니 교육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이 간다”며 “테크놀로지 시대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다는데 여자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교육을 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조도 센서를 부착한 팔찌, LED 인형 등 프로젝트 결과물도 아이들에게 친숙한 디자인 공예 성격이 짙다. 석사 논문에서도 테크놀로지 교육 분야를 조명했다.

여자 아이들도 기술 시대 수혜를 충분히 누려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이 교수는 “여자 아이에게는 분홍색 옷과 바비 인형을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을 뿐”이라며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낯설게 만들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과학 키트로는 창의력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LED, 배터리, 전자 회로 원리만 가르쳐 주고 나머지 디자인은 완전히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내버려둬야 한다”며 “과학 키트로 똑같은 것만 만들어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과학적 창의력은 완전히 새로운, 자기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교육 방식은 메이커 운동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워크숍이나 수업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제작일지를 적게 한다. 만드는 것만큼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오픈 소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기록과 공유”라며 “이 정신이 없으면 메이커 운동의 정신을 구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매주 목요일마다 숙명여대 근처 신용산초등학교에서 3, 4학년 대상 교육 봉사를 나간다. 소프트웨어(SW)뿐만 아니라 아두이노 등 오픈소스 하드웨어(HW)도 가르친다. 양쪽을 함께 배워야 창의적인 과학 활동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교수는 “나 역시 미국에서 메이커 활동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전자회로를 접했다”며 “아두이노와 프로그래밍 두 가지만 있으면 만들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르치고 싶은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도전과 창의인 셈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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