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비싼 휴대폰 요금을 인하하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확정했다. 우리나라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번호이동과 유사한 제도로 이동통신사 간 요금 경쟁을 유발한다는 목표다.
일본 총무성은 특정 통신사와 국가에서 단말기 사용을 한정하는 ‘심(SIM) 락’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 서비스 향상 보고서를 수립했다. 일본 교육부는 보고서에 따라 전기 통신 사업법 개정안을 내년 정기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총무성 보고서는 통신사 간 이용자 이동을 쉽게 해 업체 경쟁을 장려하는 제도 개정안을 담았다. 일본 이동통신사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는 현재 단말기 이용을 제한한 심 락을 내년 출시되는 단말기에서 해제해야 한다.
심 락 기능이 사라지면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그 동안 특정 단말기 모델을 출시하기 위한 업체 간 줄다리기가 사라지는 대신 심프리 단말기로 소비자가 원하는 이동통신사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해외 단말기 제조사의 진출도 한층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오는 2016년 요금이 저렴한 제4 이동통신사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동통신사간 요금 경쟁을 더 활발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현재 데이터 통신을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도 비싼 요금제를 쓰는 것과 달리 값싼 요금제를 만들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통신사업자가 자동차 업체와 협력하기 쉽게 법을 개정한다. 또 회사 과점을 위한 인수합병(M&A) 방지와 사전심사, 이동 전화와 유선 인터넷의 부당한 계약 피해를 막고자 계약 철회제도도 시행한다.
한편 이번 제도 개선안이 실제 요금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보고서에는 통신사 약정과 위약금 제도 폐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심 락을 없애 이동통신사 간 단말기 사용을 자유롭게 한다 해도 소비자가 쉽게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이유로 지적된다. 일본 통신업계에 정통한 요시카와 나오히로 AT카니 파트너는 “요금 인하에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약정과 위약금 폐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총무성은 NTT도코모를 비롯한 이동통신 3사의 스마트폰 요금이 비싸다고 지적해온 바 있다. 일본은 통화료와 기본요금을 합쳐 월 7000엔(약 7만원)가량을 지불하고 있으며 주요 7개국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