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민생법안 두고 정부·여당-야당 입장차 ‘확연’…국민만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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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모두 가짜가 아니라 아니라 진짜 민생법안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국회의 민생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정부가 제시한 30개 법안이 ‘진짜 민생법안’임을 강조했다.

안 수석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금융의 역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30개 법안이 하루라도 빨리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이라며 “상당수가 쟁점이 없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생각은 다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반민생·반서민 법안을 연일 외치고 있다”며 진짜 민생법안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1일 개원한 정기국회가 6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법안을 두고 이처럼 정부·여당과 야당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며 국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정부·여당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처리 시급하다”

정부가 제시한 ‘국회 통과가 시급한’ 민생법안은 총 30개다. 민생법안으로 통합해 부르고 있지만 성격은 각각 다르다. 사실상 민생법안보다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30개 법안을 △민생경제 안정(8개) △주택시장 정상화(5개) △지역경제 활성화(5개) △서비스산업 육성(12개)의 4개 범주로 구분하고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가장 눈의 띄는 부문은 서비스산업 관련법안이다.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재정, 금융, 인력양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해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원격의료 등을 허용하는 의료법 등이 포함됐다.

학교 인근에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국적 크루즈선을 육성하고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중소기업도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도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부문에서는 국민주택기금을 주택도시기금으로 개편해 지역 도시재생사업을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법, 지역 특성과 수요에 맞게 용적률·건폐율 등을 맞춤형으로 설정하는 ‘입지규제최소구역’을 신설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이 발의됐다.

민생안정을 위한 법안으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신설하는 국가재정법,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40만명에게 추가로 기초생활 혜택을 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이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탄력 적용하고 재건축 부담금을 없애는 주택시장 정상화 부문 5개 법안도 발의됐다.

30개 법안 중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산재보상보험법 등 3개는 법사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국가재정법, 농업협동조합법은 시행기간이 정해졌다. 하지만 나머지 24개 중 상당수는 소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30개 법안이 침체된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한 ‘진짜 민생법안’이라며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호소문을 통해 “민생관련 30개 법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지만 그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어 다시 한번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어렵게 만들어낸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 정책이 실시간으로 입법화돼도 모자랄 판인데도 국회만 가면 하세월”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기대감에도 입법 등 후속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불안감으로 경제 침체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 경제 활성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료법·관광진흥법 등 이견…국민은 ‘혼란’

정부·여당과 달리 야당은 30개 법안 중 10여개를 ‘가짜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의료법,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등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또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법안도 ‘부동산 띄우기’로 평가하며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법안을 두고 평가가 크게 엇갈리며 국민은 어떤 법안이 제대로 된 민생법안인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였던 박영선 의원은 지난달 ‘진짜 민생법안 간담회’에서 “박근혜정부는 반민생·반서민 법안을 연일 외치고 있다”며 “국민에게 의료비 폭탄을 안기는 ‘의료영리화법’,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가계부채는 늘리는 ‘부동산투기법’, 사행산업을 확산하는 ‘카지노양성법’, 학생의 교육권을 무시하는 ‘재벌 관광호텔 건립특혜법’, 취약계층을 외면하는 ‘최저생계비’ 역대 최저 인상 등이 바로 그렇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의료영리화법,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은 재벌특혜법이라는 주장이다. 크루즈내 카지노를 허용하는 법은 사행성을,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주택법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인근에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 건축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재벌과 대기업의 이익만 보호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피해를 확산시킬 법안은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의료영리화법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부동산 투기조장 법안인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발이익 환수 포기법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특별법, 학교 인근 관광호텔 건립법인 관광진흥법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야당이 과거 추진하던 법안이라며 “왜곡된 딱지붙이기”라고 반박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자신들이 추진하던 정책을 반대하니 이율배반이고, 소속 의원이 동의한 법안을 가짜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하니 자기부정”이라며 “야당이 어떤 딱지를 붙여도 민생법안은 민생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00일 일정으로 시작한 정기국회가 6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이번에도 법안 처리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개 법안이 도매금으로 취급돼 양측 이견이 없는 법안 마저도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민생법안이라고 하지만 정작 국민은 논의에서 빠져 있다는 느낌”이라며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견이 없는 법안이라도 우선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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