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과 전자금융업체 관계자들이 6일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머리를 맞댔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금융과 IT 융합 흐름, 일명 ‘핀테크’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모색이다.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간담회는 국내 금융 관련 제도가 산업 현장과 상당히 괴리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우리나라가 신용카드 및 지급 결제 분야에서 인프라가 앞섰다는 ‘자의적 평가’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강임호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금융과 IT의 융합 트렌드는 컨버전스, 기술, 기업 간 제휴 바탕의 이노베이션으로 구분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 간 제휴 위주의 융합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IT기업이 금융서비스를 하는 것은 움직이는 표적을 맞추는 것처럼 어려운 점이 많다”며 “카카오가 처음 내놓는 서비스는 완결이 아닌 진화를 거치는 과정이라고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는 카카오의 최종 목표가 아닌 만큼 금융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융합형 금융서비스를 구축해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종화 금융결제원장은 “글로벌 IC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은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대안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비금융사의 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전통금융사와 대립, 갈등 구조로 가기보다는 동반 상생의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IT기업과 금융사 뿐 아니라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도 융합 민관체제에 참여해야 한다”며 “얼마 전 애플과 현지 금융사가 애플페이 개발 초기단계부터 협력한 것처럼 시장참여자 모두가 별도의 융합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모바일결제 인프라 구축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박상욱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금융사업자가 아니어서 금융사와 여러 협력모델을 진행해 왔다”며 “최근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지문인증을 새 인증 방식으로 도입하는 것을 보고 스마트폰 제조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간편결제를 비롯 IT와 금융 융합 인프라 보급에 적극 참여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강문석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정부가 간편결제를 사전인증에서 사후인증으로 개선한데 감사드린다”며 “현재 전자상거래시장이 대기업만 배불리는 구조로 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영업자와 배달업, 방문판매 업종에 간편결제를 융합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카카오의 송금·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의 송금·수취한도와 관련해 정부 규제 때문이라면 한도 50만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톡 친구가 많은데 하루 수취한도를 50만원으로 묶어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규제 때문에 애로가 있다면 고치겠다. 여기 있는 분들이 함께 호흡해야 우리나라의 IT·금융 융합 비즈니스 모델이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