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사이드미러 없는 車 쏟아지는데...국내선 규제개혁 논의 원점으로

美 유럽에선 내년 채택 유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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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이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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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를 앞세운 정부가 규제개혁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카메라형 사이드미러 허용’ 정책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좌초했다. 해외에선 상용화가 코앞인데도 국내에선 국제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변화 속도가 빠른 자동차-IT 융합 시대에 맞는 창조적 규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31일 자동차 사이드미러 기준을 정비하겠다고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과심)에 보고했다. 거울 외에 카메라와 모니터시스템도 사이드미러로 인정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선 카메라형 사이드미러가 불법이다. 본지가 6월 초 이 같은 내용을 처음 지적한 뒤 규제 개혁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한 달여 뒤인 9월 3일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발표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다. 여기에 포함되면 즉시 규제 개선 작업이 시작되는데도 ‘중장기 과제’로 분류해 제외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과심에서 ‘사이드미러 기준 정비’는 중장기 과제로 포함됐었다”면서 “국제기준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모든 기준을 만들 수는 없다”면서 “카메라만 달린 차는 위험하기 때문에 해외의 차량 평가기준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제기준과 무관하게 해외에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앞선다. KOTRA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 ECE)는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하는 방안의 최종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 채택이 유력하다. 현지 전문가들은 2016년부터는 사이드미러 없는 차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GM, 포드, 도요타, BMW 등이 포함된 미국 자동차제조사연합(AAM)은 지난 3월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요청했다.

사각지대가 사라지는 장점과 함께 공기저항을 낮출 수 있어 제조사들은 초고효율·고성능 차에 잇따라 사이드미러 없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AAM에 따르면 사이드미러를 없애면 공기저항이 최고 7% 줄어들고, 공기저항이 10% 줄면 연료소모량을 3.2% 줄일 수 있다. 리터당 100㎞ 내외를 달릴 수 있는 폴크스바겐 XL1과 르노 이오랩, 2리터로 100㎞를 주행할 수 있는 푸조 208 하이브리드 에어 2L, 시트로앵 C4 칵투스 에어플로 2L 등이 사이드미러를 없앴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사이드미러 없는 스포츠 쿠페 ‘HND-9’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기준이 제정되지 않았더라도 우리만의 고유 규정을 만들거나, 시범 사업 등을 통해 국내 자동차 기술 개발에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은 국제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시범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 9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ITS세계대회에서 ‘명예의 전당상’을 수상한 전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지금까지 자동차 및 도로교통 분야는 후발주자인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간다는 측면이 강했다”면서 “그러나 자동차-IT 융합 시대에는 우리가 국제기준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카메라형 사이드미러 주요국 현황>

카메라형 사이드미러 주요국 현황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