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포럼]웨어러블 빅뱅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삶을 가장 많이 바꾼 혁명을 몇 가지 꼽으라면 첫째가 PC 발명과 보급, 둘째가 인터넷, 셋째가 스마트폰이다. 기원전 3000년부터 지금까지 약 5000년의 인류역사를 모두 통틀어 봤을 때, 이 세 가지보다 더 많이 인류 생활 방식을 바꾼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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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혁명 모두 세상에 나오자마자 갑자기 사람들이 사용한 것은 아니다. PC는 처음 만들어진 1976년에는 일부 해커의 전유물이었다가 1980년대 들어 본격 보급이 이뤄졌다. 인터넷은 PC보다 이른 1970년에 발명됐지만 연구소나 대학 중심으로 쓰이다가 1992년 최초의 웹브라우저인 모자이크가 발명돼서야 일반 사람에게 쓰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땐 거의 모든 전문가가 아이폰의 실패를 예상했다. 2009년이 돼 경쟁 플랫폼인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나오면서부터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

혁명은 처음부터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어느 정도 시점까지는 에너지를 응축한다. 그 이후에 모인 에너지가 분출하는 어느 순간이 온다. 바로 ‘빅뱅’인 것이다. 혁명의 시작부터 빅뱅까지 여정에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존재한다. 바로 경쟁이다.

애플이 PC를 대중에게 소개했지만 IBM이 8086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PC 빅뱅이 이뤄졌고, 넷스케이프가 혼자 있던 브라우저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가 뛰어들면서 인터넷 빅뱅이 가능했다. 혁신적 기술의 빅뱅이 이뤄지기 위해선 기술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혁명군 내에서의 강력한 경쟁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스마트폰의 모바일 혁명 이후 포스트 시대를 이끌어갈 기술로 ‘웨어러블 컴퓨팅’을 첫째로 꼽는다. 시계나 안경, 목걸이, 팔찌, 옷이나 신발 등 일상적으로 몸에 지니는 모든 물건이 통신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웨어러블 컴퓨팅이다. 시계로 자동차를 조종하거나 안경을 쓰면 통신이 되는, 이제까지 SF영화나 만화 속에서나 봤던 것들이 이미 몇몇 제품으로 세상에 나오면서 현실화됐다.

웨어러블 컴퓨팅은 최근 크게 주목 받기 시작했지만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웨어러블 컴퓨팅은 1966년 미국 MIT에서 태동했으니, 올해로 거의 반세기가 흘렀다. 초창기 웨어러블 기기 사진을 보면 요즘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나오는 사진처럼 모니터를 이고 있거나 컴퓨터를 등에 지고 있는 그런 모습이다. 당시 개발자도 그런 모양새가 최종 목표는 아니었겠지만 그때 기술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직전 웨어러블 컴퓨터 제품은 7인치 정도의 소형 노트북을 팔에 감아 착용하는 형태까지 왔는데, 일반적인 용도가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기기 제어나 군인들에 의해 주로 사용됐다. 근래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나올 수 있게 된 배경은 스마트폰 제조 기술의 역할이 컸다. AP나 메모리, 통신 모듈, GPS, 각종 센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집약시켜 제조하는 기술과 이를 운영하는 OS와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의 기술을 빌려 거의 50여년 만에 쓸 만한 웨어러블 기기가 나온 시점이 됐다.

그럼에도 아직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빅뱅에 이르지 못했다. 구글 글라스나 삼성 갤럭시 기어 같은 제품이 아직 주변에서 스마트폰만큼 쉽게 볼 수 없다. 빅뱅은 어느 날 하루를 정해서 이날부터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자고 시작하지는 않지만 부지불식간에 주변에서 쓰면서 어느새 모든 사람이 쓰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삼성, LG, 애플 등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휴대폰 제조에서 갈고닦은 기술을 기반으로 자사 미래를 결정할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내놓았다. 가히 48년간 에너지를 결집한 웨어러블 빅뱅이 눈앞에 와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또 한 번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김석기 모폰웨어러블스 대표 neo@nwe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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