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끝내 과학계 요구를 외면했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과학 필수 이수단위를 12단위로 결정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하기 전까지 2009년 교육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학계는 실망과 분노에 휩싸였다. 교육부 개정안 전면 거부와 함께 교사·학부모 단체 등과 연대한 투쟁을 예고했다. 교육부 당국과 과학계간 갈등은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이런 사태의 책임은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를 문과 출신 위주로 운영한 교육부에 있다. 문과 출신이 12명 위원 중 10명이나 된다.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을 만드는 위원회라면 최소한위원이라도 문·이과 균형을 맞췄어야 옳았다. 출발부터 한쪽으로 기울었으니 어떤 결론이 나와도 과학계 반발을 산다.
국정교과 체제 회귀는 과학계는 물론이고 교육계도 반발한다. 교육부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두 과목의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아직 최종 확정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으니 신설 교과 첫 발행만큼 국정으로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검정체제를 택한 세계적 조류와도 어긋난다. 국정 교과서 논란은 이념 갈등 여지가 많은 통합사회 교과서에 집중됐다. 논란을 희석시키려고 통합과학을 끼워 넣은 게 아닌가 의심이 과학계에 번진다.
교육부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했으며 과학탐구실험을 신설했다. 결코 과학 과목을 축소한 게 아니라는 뜻인 듯하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다. 소프트웨어를 여전히 과학 영역으로 한정해 보는 사고가 그대로 드러난다. 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해야 하는지 여전히 모르는 셈이다. 소프트웨어교육은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지 특정 과학 과목 교육이 아니다.
과학계뿐만 아니라 교육계도 잦은 교과과정 개편에 피로감을 내비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논의를 촉구했다. 과학과목 축소라는 똑같은 결론을 낼지라도 사회적 합의를 거친다면 과학계도 수용한다. 교육부는 교과개정연구위원회를 재구성해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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