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곧장 달까지 가는 수직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화학연료 로켓 없이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CNT)와 같은 탄소 나노 소재는 이런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의 재료로서 최상의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탄소 나노 소재는 파우더 형태로 존재한다. 집적화하거나 구조 변환을 위해선 2000도 이상의 고온과 수십억원의 전자빔 장치를 필요로 하는 등 응용에 한계가 있었던 이유다. 또 이 과정에서 물질 본래 성질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대 화학과 출신의 정현영 박사가 속한 미국 노스이스턴대 연구진은 최근 탄소 나노물질을 서로 연결시켜 다른 구조의 탄소로 변환시키는 ‘탄소 융합기술’ 개발에 성공해 관심을 받고 있다. 정 박사는 현재 미국 노스이스턴대에서 박사 후 연구 과정을 밟고 있다.
정 박사 연구팀은 탄소 나노물질에 교류 전압을 가해 탄소 원자들이 서로 접합하도록 시도했다. 전압을 가하면 탄소 나노물질 내에서 줄열(Joule heating)이 발생하고, 동시에 탄소원자 내의 전도전자와 원자핵 사이에서 운동량이 변화하면서 융합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두 현상을 적절히 이용해 탄소 나노물질을 접합하고 다른 탄소 나노구조로도 쉽게 변환할 수 있게 했다.
이같은 변환 기술은 1.5V 건전지 두 개의 전압 정도만 있으면 가능하다. 아주 낮은 전압을 사용해 다른 탄소 나노구조로 변환과 제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2000도 이상의 고온을 사용해서도 겨우 두 가닥의 나노튜브를 접합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 1저자인 정 박사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매우 긴 탄소 케이블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닥으로 이어진 나노물질을 필름으로 만들 수 있다”며 “향후 고집적 나노 전자소자나 우주 엘러베이터 케이블을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논문은 과학분야 최고의 저널인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난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